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암토끼의 해다. 천간 계(癸)가 음수(陰水)여서 검은색을 표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설화에서 토끼는 호랑이와 용왕까지 속이는 꾀 많고 영특한 짐승이다. 계묘년의 토끼는 초원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봄날의 토끼다.
또한 하늘의 도움을 크게 받아서 어떤 환난이나 어려움도 잘 극복해 나가는 희귀한 토끼다. 올해가 일체의 흉살을 피하게 하고 복록과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천을귀인(天乙貴人)의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해에 대한민국 각 분야에서 뜻밖의 좋은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 국민을 기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계(癸)는 십천간의 마지막 글자로서 마침과 시작의 의미를 그 안에 담고 있다. 계수(癸水)는 겨울과 봄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계수 속에는 늘 죽음과 삶, 종결과 시작, 어둠과 밝음, 고통과 기쁨, 수렴과 발산 등의 상반되는 두 요소가 혼융해 작동한다. 계수는 음수이며 우로수(雨露水)인데 북방, 12월, 검은색, 짠맛, 신장과 생식기, 귀(耳), 지혜, 씨앗, 눈물, 신음, 긴 장마, 술이나 마약 등을 표상한다.
<갑골문> <설문해자> <사기> 등 고서에 따르면 癸는 ‘헤아리다(揆·규)’라는 뜻과 아울러 사람의 발(足), 화살, 방위를 측정하는 도구, 북방, 군량(軍糧), 여자의 월경 등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험난함, 간사함, 음흉함, 음란, 비밀, 죽음, 도적, 파멸 등과 같은 계수의 부정적인 의미가 여기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새해에는 유명 인사의 죽음이 많을 것 같고 술, 마약, 여자, 청소년 등과 연관된 성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
계묘년의 지지 묘(卯)는 천간 을목(乙木)의 원리와 기질을 그대로 계승한 음목(陰木)이다. 한자 卯는 ‘양쪽 문이 서로 등지고 열려 있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무릅쓰고 나오다, 무성하다, 잘라 나누다’ 등을 뜻한다.
묘는 봄에 자라는 초목으로서 정동방, 음력 2월, 오전 5~7시, 녹색, 숫자 8, 토끼, 간·담이나 눈(目), 오상(五常)의 인(仁), 오기(五氣)의 사랑(愛)을 나타낸다. 묘는 또한 바람, 돌풍, 우레, 청소년, 생명력, 돌파력, 추진력, 번식력, 끈기, 유연성 등을 상징하는 오행의 하나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卯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글자다. 묘자의 원의(原義)는 ‘죽이다, 잘라 나누다, 제사의 희생물, 도끼, 무기’ 등의 뜻을 가진 류(劉)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 속에는 계묘년에 전쟁, 무력 충돌, 항명, 반역, 모반 등과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비결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다. 따라서 새해에는 북핵과 관련된 무력 충돌, 일본의 재무장과 독도 문제, 미·중·러 간 군사 및 경제적 갈등 등에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서쪽 지역에 전란의 기운이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여름철 폭염과 홍수, 태풍, 냉해 등을 비롯해 괴질의 대유행, 군인·검찰·경찰과 관련된 사건이나 큰 폭발사고, 음해와 시비 구설, 노사·남녀·세대 간의 극한 대립 등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계묘년은 천간 계수가 지지 묘목을 생하여 식신(食神)이 되는 해다. 식신은 일간과 음양이 같은 것으로 복록(福祿·복되고 영화로운 삶), 생산성, 전문성, 건설, 풍요, 건강, 수명, 출산, 표현력, 창의력, 활동력, 여유, 관대함과 배려, 긍정적 사고, 보수성, 낙천주의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그래서 2023년 국민들은 식신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경제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욕망과 능력을 확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물질적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고 향유하려는 기운이다. 따라서 식신에서는 이념이나 신념체계, 정치적 문제보다는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의식주 문제가 더 중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타고 경제를 살리고 민생 안정을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일 것 같고, 생산적이면서 실용성·편리성·전문성을 추구하는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수출은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내수시장도 하반기 이후 안정되겠지만 서민이 느끼는 경제는 물가가 많이 올라서 임인년보다 더 어렵고 팍팍할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진 청년 취업률, 특히 여성 취업률이나 출산율은 예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는 식신의 해지만 지지를 기준으로 천간을 보면 식신을 극(克)하는 편인(偏印)의 해다. 편인은 밥그릇을 상징하는 식신을 극하는 데다 심지어는 배은망덕하고 표리부동한 성정을 지녔다고 하여 어미를 잡아먹는 올빼미에 빗대 효신살(梟神殺)이라고도 부른다.
편인은 비생산적인 활동, 임기응변, 권모술수, 변태성, 의존성, 사기, 불평불만, 허위와 위선, 표리부동 등과 관계가 깊다.
그렇다고 편인이 흉신(凶神)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편인이 비록 활동력이 적고 게으르며 세상일에 냉소적·비판적이지만 창의성, 상상력, 기획력, 역발상력, 예능적 감각이나 소질은 가히 천부적이다.
사실 한 나라의 운은 국정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의 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세운(歲運)은 좋다. 천간은 자신의 뜻을 지혜롭게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해이고, 지지는 합이 돼 재물운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주역>으로 풀어보는 운세 역시 매우 길(吉)하다. 올해의 괘가 빠르고 과단성 있게 움직일수록 고난과 역경을 벗어나게 되고 그 위험이 해소된다는 뇌수해(雷水解)기 때문이다. 계묘년의 국운은 한마디로 ‘동트기 전의 어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매우 춥고 어두운 겨울이지만 그래도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