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중국의 성장이 꺾이는 해가 될까. 2000년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대였다. 수백 년간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했다.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해 1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이 정점에 달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와 뒤늦은 감염자 급증, 부동산 위기 등으로 인구수와 경제 모두 조만간 정점을 찍고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발간한 <2023년 세계대전망>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에너지 및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 세계를 덮쳤다. 이제 예측 불가능성은 ‘뉴노멀’이다. 자니 민튼 베도스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은 “국경은 불가침이어야 하고, 인플레이션은 낮고, 부유한 국가들의 불은 언제나 켜져 있어야 한다는, 수십 년간 유지됐던 가정들이 동시에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불안정과 불안이 장기간 지속되는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영구적 위기) 시대”라고 평가했다. “우크라 전쟁 지속…신냉전 우려”지난 1년간 세계를 뒤흔든 우크라이나 전쟁은 올해도 교착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평화회담을 거론하고 있지만 누구도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서방 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에드워드 카 이코노미스트 부편집장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은 서방은 러시아에 굴복하면 다음 분쟁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크라이나가 전진하는 한 유럽의 결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관계도 변화시켰다. 전쟁 발발 후 서방 국가들이 뭉쳐 대러 제재를 주도했지만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서방 외 국가들과의 사이는 멀어졌다. 미국은 동맹국 간 관계 강화에 힘쓰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 대국의 위상을 활용해 ‘고객’들을 모으면서 신냉전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앞길 험난한 中 경제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이 올해 가장 큰 위험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코로나19, 미국과의 기술 전쟁, 부동산 위기, 인구 감소 등 복합적이다. 코로나19 확산 3년째인 최근에야 방역 수준을 완화한 중국은 현재 감염자 급증에 시달리고 있다.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중국발(發) 확산’을 경계하는 세계 각국은 중국 입국자 대상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등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이 범위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간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 고강도 규제를 가하면서 중국의 기술 혁신은 제동이 걸렸다.
유엔은 오는 4월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약 14억 명인 중국 인구는 올해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경제연구센터(JCER)는 “인구 감소로 인해 중국은 장기적으로 미국을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악조건 속에서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약해진 중국은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세계를 재편하거나 대만을 장악하려 하는 중국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프·독 ‘마이너스 성장’지정학적 위기와 팬데믹이 지속되며 올해 세계 주요국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약한 불황을 겪겠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직격탄을 맞은 유럽은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해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주요 에너지 생산국으로서 에너지 가격 상승세의 이득도 봤다.
영국(-0.8%)과 독일(-0.9%), 프랑스(-0.3%) 등 유럽 주요국은 역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중단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가격은 오를 것이고, 정부의 가계 대상 에너지 보조금 지원도 바닥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올린 금리는 소비자 지출을 줄이고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