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계속 내려가고 전셋값도 덩달아 내리면서 역전세난이 심해졌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기준금리는 당분간 상승을 이어갈 전망이고, 전세자금 대출 이자도 오르면서 신규로 계약하는 분들은 월세를 선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반해 이미 전세를 놓고 있어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 갭투자로 아파트를 산 집주인 등 전세를 원하는 집주인이 아직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입주 물량도 35만2031가구나 된다고 합니다. 지난해보다 1만9471가구 늘었는데, 입주 물량이 많아지니 전세 세입자 구하기는 더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미 입주에 들어간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들은 전셋값이 급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세살이를 마치고 새 아파트로 입주하는 이들은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내야 하는데,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구해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급락한 가격에 다시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에서 거래절벽과 역전세난 해소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제도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1년 연장, 양도세율 2020년 수준 환원 등 다양한 부동산 경착륙 방지 정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일부 급급매 외에는 매물이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잘살고 있는 내 집을 싸게 팔아치울 분들은 많지 않으니 말입니다. 실거주하는 분들은 가격이 내려가도 되레 공시가격이 낮아져 보유세를 덜 내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로 급하게 팔아야 하는 분들만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다주택자들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30%까지 대출받으면 이런 급매물들이 소화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지난해 10월 23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최근 15억원대 급매물이 나왔다 하니 엄청나게 많은 문의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가격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미분양도 6만 가구 가까이 급증했다고 하지만, 분양가 자체가 시세에 비해 경쟁력이 없거나 중도금 대출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올해 내 집 마련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실수요자를 위한 좋은 제도도 1년간 시행됩니다. 변동·혼합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3.7%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안심전환대출'과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고정금리 대출인 '적격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제도입니다. 소득 기준이 없어지고 주택가격 기준은 9억원까지 확대됩니다. 대출 한도도 5억원까지 늘어납니다. 올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니 최대한 활용해봄 직합니다.
이미 전세를 살고 있다면, 본인이 원하는 지역의 급급매 매물을 확인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오랫동안 잘 살 수 있는 지역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라면 가격이 조금 더 내려갈 수 있더라도 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저가를 기다려 사겠다는 자세로는 실제 매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작습니다. 어느 가격이 최저가인지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신규 공급 주택들 역시 공사비와 사업비 증가로 저렴하게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집 마련이 점차 어려워지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진짜 실수요자라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대도시 모두 집값이 내리고 있는 올해가 좋은 조건에 골라서 내 집을 마련할 시기입니다. 급매나 급급매라면 약간의 추가 대출받더라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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