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로켓 쏘아올린 軍…北 감시할 '독자 정찰위성' 속도낸다

입력 2022-12-30 22:34
수정 2022-12-31 05:18

우리 군이 30일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주발사체를 통해 순수 국내 기술로 대북 감시에 쓰이는 정찰위성을 띄우겠다는 게 군의 목표다. 극도의 보안 속에 발사 계획을 예고하지 않아 상공에서 발사체가 내뿜은 빛을 본 시민들의 신고가 경찰 소방 등에 쇄도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45분께 “우주안보 경제시대에 맞춰 독자적 우주 기반 감시정찰 분야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비행시험은 지난 3월 비행시험의 후속”이라며 “개발 과정을 거쳐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사는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오후 6시께 이뤄졌다. 대형 고체연료 추진기관,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 자세 제어 기술 등에 대한 추가 기술 검증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과학연구소 등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된 이후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에 매진해왔다. 고체연료 추진기관은 소형 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에 주로 사용된다. 액체연료 기관보다 저렴한 데다 연료 보관·주입과 발사 과정에서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

우주발사체와 원리가 동일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활용될 수 있어 군사적 효용성이 높다.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ICBM을 개발하고 발사해온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 방식의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ICBM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군당국은 2025년까지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초소형 정찰위성 여러 대를 고도 수백㎞ 상공에 띄워 대북 경계·감시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군에서 확보한 고체연료 기술은 민간으로 이전돼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우주발사체 시험발사는 예고 없이 진행됐다. 국방부는 “비행시험 전 발사 경로와 관련 있는 영공 및 해상 안전에 대한 조치를 했지만 군사보안상 문제로 모든 국민에게 사전 보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만큼 관련 보고와 지시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 발표에 앞서 발사체의 궤적 등으로 추정되는 빛과 연기가 전국 각지에서 목격되면서 오후 6시께부터 경찰·소방 등엔 놀란 시민들의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하는 등 최근 도발이 잇달았던 상황이라 연말 퇴근길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