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제한하는 고강도 방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음달부터 국경을 여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유입되면 안정기에 접어든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문가 우려를 수용한 조치다. ○공무 목적 외 단기비자 발급 중단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9명이었던 중국 유입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달 278명으로 증가했다. 해외유입 확진자 중 중국 입국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주(19~25일) 32%로 1주일 전 14.8%보다 높아졌다. 중국발 코로나19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중국에서 단기체류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은 한 달간 어려워졌다. 중국에 있는 교민이 한국을 찾거나 외교·공무, 기업 활동을 위해 현지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다음달 2일부터 입국 후 한 차례, 5일부터 2월 말까지 입국 전후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 48시간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신속항원검사는 24시간 전 확인서를 발급한 것까지 인정한다. 입국 후에도 하루 안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정된 장소 밖으로 이동해선 안 된다.
국내에 90일 이하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공항에서 검사받은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4~6시간가량 별도 공간에서 기다려야 한다. 확진되면 방역당국이 지정한 인천, 경기 등의 호텔에 격리된다. 이들 기관에서 치료받고 체류하는 비용은 모두 환자가 부담한다. 중국발 한국행 항공편은 2일부터 인천공항으로만 들어오도록 조정된다. 김해·대구·제주 도착 항공편이 운항을 멈추면서 중국발 항공편은 주 65회에서 62회로 줄어든다. 추가 증편도 못 한다. ○고강도 방역 카드 꺼낸 정부중국 정부가 뒤늦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뒤 각국은 중국발 코로나19 재확산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중국발 입국자 대상 검사를 강화했다. 하지만 비자 발급 중단에 나선 국가는 드물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했고 인적 교류가 많다”며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에도 중국의 영향을 가장 먼저, 많이 받았다”고 했다.
정부 내에서도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중국발 입국 제한을 강화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짧고 굵은’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중국 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밀라노에 도착한 한 중국발 항공기에서 승객 52%가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봉쇄 해제 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중국 내 확진자 상당수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강도 봉쇄로 면역 수준이 높지 않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신규 변이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크다.
정치적 배경도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늦춰 의료기관 등이 대비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발 코로나19 위험이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대응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다음달 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계획이었다. 중국발 코로나19 위험이 높아지면서 시행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중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 등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파악해 조정 시점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