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수입 무시 못 해…EU "중국 관광객 규제 반대"

입력 2022-12-30 15:34
수정 2023-01-29 04:46

유럽연합(EU)이 중국발(發) 입국 규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중국인 유입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기보다는 관광 산업을 지키는 쪽에 무게추를 뒀다. 미국, 일본, 인도 등이 검역을 강화한 것과 상반된다.

29일(현지시간)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코로나19 감염 유입세는 EU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는 감염자 수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라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 조치는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유행 중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이미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EU의 백신 접종률이 높은 만큼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추이가 EU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ECDC의 입장 표명은 이날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 전체가 나서지 않으면 (중국발 입국 통제)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EU에 검역 조치 강화를 호소한 직후 나왔다. 이탈리아는 26일 중국에서 밀라노로 도착한 승객 절반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자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29일 EU 보건 담당자 간 회의 뒤 ECDC가 내놓은 대응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비상조치를 취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는 정도에 그쳤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탈리아의 행보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29일 프랑스 건강위험평가위원회는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국경을 다시 통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오히려 프랑스는 27일 중국 주재 프랑스대사관의 SNS 계정을 통해 “중국 친구들이여, 프랑스는 당신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며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독일, 포르투갈, 영국, 오스트리아 등도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미국, 인도, 일본, 대만 등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국제선 항공편에서 나오는 폐수를 검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이 확진자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