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전셋값 급락하자…서울 갱신권 사용 41%로 '뚝'

입력 2022-12-29 17:29
수정 2022-12-30 00:25
올 들어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달 서울 주택 전세 갱신계약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40% 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갱신계약 10건 중 6건은 갱신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을 했다는 의미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월세 갱신계약 중 세입자가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5171건으로, 전체(1만2487건)의 41.4%를 차지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낮은 비중이다. 1월 59.0%에 비해선 17.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당초 부동산시장에서는 2020년 8월 시행된 ‘주택 임대차 3법’으로 8월부터 2년 전 갱신권을 사용한 전세 계약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8월 대란설’이 나왔다. 그러나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갱신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오히려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2년 전 가격보다 깎아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8.25% 하락하며 작년 한 해 상승분(6.48%)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특히 대단지 아파트나 전세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더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올해 한 건이라도 전세 거래가 있었던 서울 아파트 9606개 주택형의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올해 계약 금액이 2년 전보다 낮은 경우는 1774건으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늘고 고금리도 지속되면서 역전세난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