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오픈 약 21년 만에 '고정 임대료' 제도를 폐지한다. 대신 여객 수를 기준으로 하는 '여객당 임대료' 제도를 도입한다. 면세업계에서는 고정임대료 제도보다는 합리적이지만 면세업계의 경영 상황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해 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영면적 효율화…임대료는 '여객 수' 따라 29일 인천국제공항은 면세점 입찰 공고를 통해 총 2만4172㎡, 제1여객터미널(T1), 탑승동 및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사업권에 대한 입찰 공고를 올렸다. 입찰 사업권은 일반 사업권 5개, 중소·중견 사업권 2개 등 총 7개다. 계약기간은 기본 10년으로 설정해 운영의 안정성을 높였다.
운영면적도 효율화 한다. 객단가가 높아 면세 사업자의 선호도가 높은 제2여객터미널 매장은 기존 1만208㎡에서 1만3484㎡로 확대했다. 제2여객터미널 핵심 지역인 동?서측 출국장 전면에는 인천공항 최초로 복층형 면세점이 들어선다. 3층과 4층을 연결해 대규모 명품 부티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쟁점이 됐던 임대료 체계는 '여객당 임대료' 체계로 변경됐다. 인천국제공항이 처음으로 제안한 모델로,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와 같이 여객 수요가 급감할 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인천공항 측의 설명이다. 면세업계 "모든 여행객이 면세쇼핑 하진 않아"
면세업계는 고정임대료 방식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반색하면서도 여객 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면세업계의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출국자가 면세쇼핑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 만큼, 면세업계의 더딘 매출 회복세와는 다르게 과도한 임대료를 내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출발 여객 수는 2021년 1~11월 141만679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717만4841명으로 408.6% 급증했지만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2021년(1~12월) 17조8333억원에서 올해 1~11월 16조4724로, 12월까지의 매출액을 더해도 2021년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한 면세점의 출국자 구매전환율은 올해 8~9월 14%에 10~11월 9%로 떨어졌다. 이 면세점 관계자는 "10월 11일 일본이 개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면서 출발 여객 수는 늘었다"며 "하지만 공항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가는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엔저현상으로 면세점보다는 현지에서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린 탓이긴 하지만 여객 수를 임대료의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여행 정상화가 '분수령' 면세업계에서는 중국인의 여행 정상화 여부가 매출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끝내고 다음 달 8일부터 외국에서 입국한 이들에 대한 시설 격리를 해제하고, 자국민에 대한 여권 발급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영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다, 중국 내 내려졌던 '한한령'의 폐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면세점은 매출의 95% 이상이 중국인으로부터 나오는 구조"라며 "여객 수도 여객 수지만 중국인의 방한 정상화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내년 2월 22일 입찰제안서를 받아 신규 면세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사가 특허심사 대상 사업자를 복수로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하면, 관세청이 공사의 평가 결과를 50% 반영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신규 사업자는 내년 7월경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