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포용하면서 美와 쿼드 공조…"尹정부 외교정책 독트린"

입력 2022-12-28 18:33
수정 2022-12-29 01:45

정부가 28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독자 전략을 담은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중국을 ‘주요 협력 국가’로 명시하는 동시에 대중 견제 성격이 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쿼드 협력 확대 등을 밝힌 게 특징으로 꼽힌다. 그동안 한반도 주변 특정국에 한정됐던 한국 외교 구상의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주한 외교단과 학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서 내용을 담은 ‘한국의 인태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인태 전략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독트린이라 부를 수 있다”며 “우리 경제 개발과 민주화 경험을 공유하고, 기술과 문화 경쟁력 같은 독자적 강점을 활용해 실질적 이익을 파트너국에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인태 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유·평화·번영을 기본으로 하는 ‘3대 비전’과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원칙’ 및 9개 중점 추진 과제 등이 포함됐다.

두드러진 특징은 이번 전략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인 구상’임을 밝혔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해선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국가’라고 명시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고 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포괄안보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NATO 및 미국 중심의 대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인 쿼드 등과 협력을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는 데 소홀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NATO·쿼드 협력 확대와 중국과의 이익 추구는 양립할 수 있다”며 “NATO 등 규범, 가치 기반의 국제 질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명제”라고 설명했다.

인태 전략을 구현하는 지역적 범위를 사실상 전 세계로 넓혀 잡은 점도 성과로 꼽힌다. 이번 인태 전략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 인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 및 중남미까지 지역 범위를 넓혔다. 박 장관은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맞게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며 “한국은 이제 전략적인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