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데는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K팝이 음원이 나올 때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면서 전 세계 동시 인기를 추구한 것만 봐도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BTS와 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 가수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K드라마와 K무비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적인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달성한 이후 OTT 플랫폼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와 OTT 플랫폼이 한류 생산과 소비 방식에서 핵심 요소로 등장하면서 한류 수출 방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 먼저 한류는 이제 완제품 수출 형태가 아니라 라이선스 형태로 수출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류 콘텐츠는 주로 CD나 DVD 형태로 수출됐다. 한류 수용자들이 이들을 낱개로 구입해 즐기거나 아니면 해당 국가의 방송국과 영화수입업자들이 이들 프로그램을 개별로 수입해서 방영하는 형태였다. 완제품 수출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고 저작권 문제 해결이 쉬워 콘텐츠업체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2008년 51.2%를 정점으로 완제품 수출의 비중은 그러나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는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를 유지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 수출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라이선스 형태다. 특허권이나 기술 상표 등을 수출하는 형태로 소셜미디어와 OTT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 미디어 환경하에서 그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한류팬들이 CD나 DVD와 같은 한류 콘텐츠의 물질적 소유 대신 플랫폼을 통한 소비구조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 수출에 있어 또 다른 특징은 주문자 위탁 생산 방식인 OEM 수출이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기업들로부터 하청을 받아 완제품이나 부분제품을 국내에서 제작해 수출하던 OEM 형태는 한때 한류 수출의 30% 정도를 차지했을 정도였으나 이제는 1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순수 창작물로서의 한류 콘텐츠를 제작, 수출하기도 바빠졌기 때문이다.
한류 환경을 둘러싸고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는 한류 미래에 대한 방향성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류 콘텐츠의 수출은 콘텐츠 분배 플랫폼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류 성장에 큰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OTT는 사실상 포화상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에 견줄 만한 국제적인 배분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과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글로벌 마켓에서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변화하는 팬덤 역시 잘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 한류 팬들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식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한류 팬들은 CD나 DVD를 소유하기보다는 플랫폼을 통해 한류 콘텐츠를 즐기려는 부류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장하고자 하는 부류로 나뉘고 있다. 음악 CD 판매가 2010년대 중반까지 디지털화 속에서 급감하다가 이후 서서히 증가하는 모습에서 이런 현상을 진단할 수 있다. 소위 국내외 덕후들의 소비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다양한 팬들이 K팝 등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콘텐츠 제작 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플랫폼은 한류 콘텐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2021년 한국에 5500억원을 투자했을 때 인도, 일본, 멕시코 등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한국에서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이들 국가에 집중 투자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제작비가 많이 들고 글로벌 수용자를 집중 겨냥하는 플랫폼용 콘텐츠를,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적 특성을 잘 살려서 국내 수용자들을 우선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냄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식이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것만이 한류의 지속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