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테크(광고기술) 스타트업 몰로코의 안익진 대표(사진)는 그동안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면서 회사를 키워왔다. 가설은 이렇다. 어떤 업체가 구글이나 메타(옛 페이스북)만큼 대규모 이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 충분히 이들 기업 못지않은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회사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광고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몰로코는 이런 걸림돌을 해결해주는 회사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인이 창업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안 대표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세운 가설을 확인한 또 다른 업체가 아마존이었다”며 “내년에는 아마존의 광고 매출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을 추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지난 3분기 광고 매출은 95억5000만달러(약 12조1065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25% 증가한 금액이다.
안 대표가 자신의 가설을 확인한 분야는 주로 ‘모바일 앱’이었다. 몰로코는 소비자의 앱 이용 행태를 AI로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했다. 이용자의 인터넷 검색 기록 등 민감한 정보 대신 앱 이용 시간과 위치, 사용한 기기 등 공개된 정보만 활용한다. 이 덕분에 개인정보보호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몰로코의 고객사는 도어대시, 스냅챗, 그랩 등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넷마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위메프 등이 몰로코 솔루션을 쓴다.
몰로코는 고객사 증가로 호실적을 이어갔다. 2013년 설립 후 매년 10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올해 매출은 2억달러(약 2535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몰로코의 기업가치가 15억달러(약 1조9012억원)를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는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구개발(R&D)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460여 명의 몰로코 직원 중 60% 이상이 개발자다.
안 대표는 올해 전자상거래 업체를 대상으로 한 광고 솔루션 사업(리테일 미디어 솔루션)을 강화했다. 해당 업체만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소비자 맞춤형 광고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고객사인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는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몰로코 솔루션으로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이 2000%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GS리테일의 쇼핑몰 GS샵도 ROAS가 900%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몰로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맞춤형 광고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안 대표는 “최근 넷플릭스가 저렴한 ‘광고 노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디즈니 등) 다른 업체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OTT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주완 /사진=김범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