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레이스 본격화…나경원·안철수에 시선 쏠리는 이유

입력 2022-12-28 17:44
수정 2022-12-28 18:07

내년 3월8일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에서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당원 지지세 때문이다. 여기에는 현재 친윤(윤석열)계 당권 주자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지지세 추이와 단일화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은 일반 국민 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인기가 두텁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차기 당대표 선호도는 나 전 의원(26.5%)이 1위, 안 의원(15.3%)이 2위다.

하지만 여권에선 두 사람을 유력 당권주자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깝지 않다는 이유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차기 당 대표는 용산과 물밑 조율을 거쳐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잘 읽는 인물이 차기 당대표의 기본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변수는 수도권과 2040 당원의 표심이다. 국민의힘 책임 당원은 지난 8월 기준 78만명이다. 작년 6월과 비교해 3배가량 늘었다. 이중 20~40대 비중은 27.4%에서 33%로 불어났다. 수도권은 29.6%에서 37%로 증가했다. 수도권과 2040 당원의 표심은 당협위원장의 ‘조직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윤심과 당심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8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과거 1만 명이 전당대회 대의원으로 모여서 체육관에서 투표할 때는 의원들 내지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이 컸는데 지금 모바일 투표가 되고 (당원) 숫자가 100배 늘어서 그런 세몰이보다는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는 분이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친윤계 당권 주자인 권성동 김기현 의원의 지지율이 낮은 점도 두 사람을 주목하는 이유다. 17~19일 뉴시스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내 차기 당대표 지지율은 김 의원 10.3%, 권 의원 4.3%다.


물론 전당대회를 두 달 넘게 남겨둔 만큼 현재 지지율이 중요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두 사람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권 의원과 김 의원이 대통령과 가깝더라도 총선에서 대표 주자로 뛰기에 호감도나 지지도가 낮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러한 당권 판도 속에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은 최근 들어 부쩍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두텁지 않다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은 점을 강조한다. 안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윤 정부의 ‘연대보증인’이다. 단일화로 정권 교체를 함께 이뤘다”며 “인수위원장을 하며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윤 대통령과 함께 그렸다”고 적었다.

16일에는 페이스북에 “당시 윤 당선인과 국정과제를 선정할 때 많은 얘기가 필요 없었다. 단일화와 인수위를 거치면서 호흡이 갈수록 잘 맞았고, 국정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했기에 자연스럽게 이심전심이 이뤄졌다”며 “현재 당내에서 저만큼 대통령의 국정 비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도 24일 페이스북에 “당과 정부의 혼연일체, 국민의 절대적 지지만이 개혁을 완성시킬 수 있다”며 “어느 자리에서나 그 여정에 힘을 보태겠다”고 적었다. 17일에는 "윤 정부 성공을 염원하는 당심(黨心)을 한 움큼이라도 더 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걸림돌도 많다. 안 의원은 대권주자라는 점이 한계다. 당대표를 맡으면 차기 대권을 염두해 공천 등에서 자기 정치를 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기(당대표) 욕심대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상황, 특히 대선주자인 인물이 당대표가 돼 공천권 행사로 차기 대권을 위한 기반을 쌓으려는 상황을 제일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과 기후환경대사 직을 어떻게 내려놓는지가 숙제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월 저고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장관급 자리인 만큼 당시 인선을 두고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당대표에 나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나 전 의원은 부위원장 직을 내려놔야 한다. 서너달 만에 장관직을 사퇴하는 이유와 명분이 뚜렷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27일 한 방송에 나와 “(나 전 의원이) 안 될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치명상뿐 아니라 아주 사람이 가벼운 사람이 된다”며 “정부를 그만두고 나와서 대표 출마해서 안 되어버리면 당에도 다시 기웃거리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허락 없이 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당권 도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향후 판도는 당권 주자들의 지지율과 단일화 여부에 따라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의원과 권 의원이 다음달 중순까지 지지율 상승을 이끌지 못하면 친윤계 주자 간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 나 전 의원이 단일화에 나서면 친윤계 단일 후보로 지지세가 모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심이 특정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변수다. 윤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밀었다가 선거에서 패할 경우 대통령은 물론 친윤계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계 주자의 당선만 보장된다면 윤심이 특정 친윤계 후보로 쏠리지 않고, 결국 교통정리 없이 당권 주자끼리 자력으로 맞붙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 초선의원은 “현재 거론되는 친윤 주자들은 안 의원과 1대1로 붙어서 반드시 이긴다고 보장하기 어려운 후보들”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