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를 초(超)부자 감세라고 반대한 거야의 벽에 부딪혀, 법인세율이 결국 1%포인트 소폭 인하로 마무리됐다. 이 정도의 소폭 인하로는 외국 기업과 유턴기업의 국내 유치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경기 부진으로 가뜩이나 이익이 줄어든 국내 대기업들이 적잖은 세 부담으로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반(反)기업 정서가 강했던 문재인 정부 때부터 세계적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당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다. 같은 기간 주요 7개국(G7) 평균 최고세율은 26.7%에서 20.9%로 5.8%포인트 내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역시 지난해 21.5%로 2.2%포인트 하락했다. OECD 회원국 중 2008년 이후 법인세율을 인하한 곳은 24개국으로 인상한 곳(5개국)의 약 5배다. 이처럼 세계는 기업 투자유치를 통한 자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
문 정부의 법인세 인상은 반기업 정책에 매몰돼 있는 좌파 정당의 서민 코스프레라고 볼 수 있다. 문 정부에서 글로벌 추세와 반대로 최고세율을 올린 데다 이를 원위치하려고 하는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입만 열면 ‘서민 감세’, ‘초부자 감세’를 얘기하는데 실제 서민 중 주식 투자하는 분들 많지 않나”라며 “법인세를 낮추면 60~70%의 소액 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데 그것은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법인은 사람이 아니다. 법인세 감세는 초부자 감세가 아니다. 삼성전자 주주가 600만 명이다. 국민연금이 대주주이기도 하다. 국민 기업이지 특정 개인 소유가 아니다. 카카오 주주는 190만 명, 현대차 주주는 120만 명이다. 국민 기업을 특정 개인이 주인인 초부자로 치부하면 안 된다”고 하기까지 했다. 세율 인하로 기업 실적이 나아지면 배당이 많아지고 주가가 오르는 만큼 개인들의 자산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야당 출신 국회의장도 “미·중 경쟁으로 인해 이제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이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를 찾는데, 마땅한 곳은 타이완과 한국 둘뿐이다. 법인세율 20%인 타이완에 다 뺏기지 않으려면 25%인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인세를 1%포인트 인하하면 투자 0.46%, 고용 0.13%,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1% 오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호소에도 거대 야당은 요지부동해 결국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쳤다.
한국 경제는 문 정부 시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경직적 운용 등 소득주도성장으로 휘청거리고 있고 반기업 정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고용사정은 말이 아닐 정도다. 내년 경제는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고 심할 경우 0%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정부의 큰 정부 정책으로 재정이 한계에 이르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 정책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할 법인세마저 찔끔 인하에 그치면 고용 사정이 더 악화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는 일자리를 잃는 청년과 서민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다. 거대 야당은 복합위기의 태풍이 몰아치는 경제 현실과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서민들을 직시하고 이제 서민 코스프레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