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서 중고차 시장에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지난해 호황기를 맞은 중고차업계가 연초부터 신차 출고 지연, 중고차값 상승 등으로 물량을 대거 매입했지만 가파르게 오른 금리와 경기 침체 전조에 수요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2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11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총 96만227대의 차량이 매입됐고, 84만7673대가 팔렸다. 현재 재고차량은 11만25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3840대)과 비교하면 1.8배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9월 이후 재고가 쌓인 점이 특징이다. 연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차 출고 지연의 수혜를 누렸지만 4분기로 접어들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지난해 말 6만3840대까지 쌓였던 재고가 사라져 올해 8월까지는 공급이 달린 상황이었지만 9월부터 급증세다. 올 8월까지는 재고 차량이 없었지만 △9월 9631대 △10월 1만2232대 △11월 1만7422대로 순식간에 급증했다.
그 결과, 연간 재고 차량은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1만3954대였던 중고차 재고 물량은 △2019년 2만7194대 △2020년 6만902대 △2021년 6만3840대 △2022년(11월까지) 11만2554대로 나타났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연식 변경을 앞두고 신차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중고차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종별로 보면 재고차량은 경유(디젤) 차량이 5만8088대로 가장 많았다.
차량유형별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재고차량 비율이 22.6%로 가장 높았다. 국내에서 약세를 보이는 왜건(10.7%), 해치백(9.4%), 픽업트럭(8.5%)이 뒤를 이었다.
차종별로는 국산차의 경우 현대차 팰리세이드 재고차량 비율이 48.7%로 가장 높았다. 현대차 싼타페(32.7%), 기아 쏘렌토(32.1%)도 30% 이상의 재고 비율을 기록했다.
수입차의 경우 토요타의 RAV4가 재고비율 73.2%를 기록했다. 중고차 시장에선 올해 RAV4를 534대 매입했으나, 143대밖에 팔지 못해 재고 차량은 391대에 달한다.
이외에 토요타 캠리(65.0%), 렉서스 RX(60.0%)도 높은 재고 비율을 기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