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번째…러시아 소시지 재벌도 '의문의 죽음'

입력 2022-12-28 11:30
수정 2022-12-28 11:39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재벌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잇따르는 가운데, 러시아 최대 육류 가공업체의 소유주로 알려진 ‘소시지 재벌’ 파벨 안토프(65·사진)가 최근 인도 여행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한 이력이 있어 그의 사망을 둘러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안토프가 인도 동부 오디샤주 라야가다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안토브는 3층 창문에서 떨어졌으며 그의 일행이 심장마비로 돌연사한지 불과 이틀만이다. 현지 경찰은 “안토프는 친구가 죽은뒤 우울증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콜카타 주재 러시아 영사관의 알렉세이 이담킨은 타스 통신에 “현지 경찰이 이 사건에 폭행 같은 범죄적인 요소는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토프의 죽음도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토프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주거단지에서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한 남성이 죽고 그의 7살 딸과 아내가 다친 일에 대해 언급하며 왓츠앱 계정에 “테러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메시지는 곧장 삭제됐고 안토프는 SNS에 자신은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조국의 애국자’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왓츠앱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특수군사작전’에 대한 누군가의 의견이었을 뿐, 성가신 오해이며 자신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안토프는 러시아 최대 육류가공업체인 블라디미르 스탠다드를 설립했고 러시아 블라디미르 지역의 국회의원이었다. 그의 재산은 약 1억4000만달러(약 1776억원)로 러시아 국회의원과 관료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러시아 유명 재벌들의 의문사가 이어지고 있다. 안토프의 죽음으로 사망한 러시아 재벌은 12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월 가스프롬의 재무 담당 임원이 알렉산드로 튤라코프가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고, 4월에는 액화천연가스 기업 노바텍의 세르게이 프로토세냐 전 부회장이 스페인 별장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9월에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가 병원에서 추락사했고,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의 이반 페초린 상무이사가 보트를 타다 물에 빠져 숨졌다. 또한 이달에는 러시아 부동산 재벌 드미트리 젤레노프가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지방 도시 앙티브에서 추락사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