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다음은 당신 차례야"…맨유 개미들 새해 소원은? [박병준의 기승쩐주(株)]

입력 2023-01-01 07:00
수정 2023-01-26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 번의 조기 퇴근, 이로 인한 출전명단 제외, 후보 신세가 된 팀 내 최고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전 소속팀인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결별은 예고됐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2021년 12년 만에 친정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이전의 실력과 명성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호날두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결국 사달이 났습니다. 호날두의 '폭탄 인터뷰'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죠. 그는 지난해 11월 영국의 한 방송에서 맨유와 에릭 텐 하흐 감독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호날두는 "나는 클럽의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는 검은 양이 됐다"며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이후 하나도 발전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또 텐 하흐 감독을 향해서도 "그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죠.

결국 맨유는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3일 호날두와 계약 해지를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맨유는 "호날두와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며 "올드 트래퍼드(맨유 홈구장)에서 346경기에 출장해 145골을 넣으며 공헌한 호날두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호날두 역시 "맨유와 대화를 나눈 뒤 계약을 조기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말해 공식적으로 '백수'가 됐음을 알렸죠.



맨유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앓던 이가 빠졌다"고 평가합니다. 맨유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의미인데요. 실제로 맨유가 호날두와 계약을 해지한 날,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맨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 급등했습니다. 지난달 29일 기준 맨유 주가는 6개월 전 11.10달러에서 23.09달러로 두 배 넘게 치솟았습니다. 시가총액도 38억달러(약 4조8000억원)로 불어났죠. 우리나라 상장사와 비교하면 LG유플러스와 SK스퀘어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물론 호날두의 방출 사실만으로 주가가 움직였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매각 추진입니다. 맨유는 호날두와의 계약 해지를 발표한 날 "신규 투자 유치, 매각 등 미래를 위한 전략적 대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맨유의 매각 시사가 주가 상승을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비싼 값에 팔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는 거죠.

맨유가 '매각설'로 급등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에 "맨유를 인수하겠다"는 트윗을 올리자 맨유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17% 뛰었습니다. 이후 머스크가 "농담"이라고 번복하며 짧은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요.

지금은 다릅니다. 애플과 자라 창업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까지 나서 맨유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인수금액도 나옵니다. 영국 매체인 데일리스타는 "애플이 맨유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다"며 "인수 가격으로 58억파운드(약 9조3700억원)를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압둘아지즈 빈 투르키 사우디 왕자 겸 체육부 장관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맨유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죠. 패션 브랜드 자라를 보유한 인디텍스의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역시 경영진과 맨유 인수를 논의했다고 맨체스터 지역 언론이 전했습니다.



최근 새 주인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데요. 무게 중심이 미국 '빅테크'가 아닌 중동 '오일 머니'로 기울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 매체 '미러'는 지난달 19일 "현 맨유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자와 대화했다"며 "2023년 초에 매각을 완료하려고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맨유의 성적보다 개별 모멘텀(매각)에 관심을 두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성적과 주가의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데요. 상장사 맨유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낮다는 분석입니다. 맨유가 최근 5년 사이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건 2017년(2위)과 2020년(2위)이었는데요. 이 당시 연간 수익률은 각각 39%, -16%였습니다. 두 해 모두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수익률은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불확실성이 있는 호재였던 셈이죠. 이에 반해 매각은 비교적 확실한 상승 재료로 작용했습니다. 맨유는 과연 계묘년 새해에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하고,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