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겨울…기업 신용강등 '쓰나미'

입력 2022-12-27 18:21
수정 2022-12-28 00:55
올 하반기 신용도가 하락한 기업이 상승한 기업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철강, 유통 등 대부분 업종에서 기업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등 악화한 경영 환경이 본격적으로 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신용등급 ‘줄강등’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올 하반기 신용등급 정기평가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신용도가 하락한 기업은 14곳(장기 등급 기준, 중복 제외)에 달했다. 신용도가 오른 기업은 5곳에 그쳤다.

넷마블, LX하우시스, 넥센타이어 등 3곳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GS리테일, 롯데하이마트, 포스코, 효성화학 등 11곳은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했다. 신평사들은 통상 신용등급 전망을 먼저 내리고 6~12개월 뒤 재무구조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다. 작년 12월 정기평가에선 신용도 상향 기업(18곳)이 하향 기업(7곳)의 두 배를 넘어섰다. 1년 새 신용도 하향 기업이 상향 기업을 압도하는 정반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업종별로도 신용도 하방 압력은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부동산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건설 부문을 넘어 증권, 캐피털, 철강, 유통, 게임 업종 기업의 신용도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내년에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업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 환경 악화가 저조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본부장은 “비우호적 산업 환경에 처한 기업이 늘어나면서 내년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조달금리 상승에 대응 여력이 부족한 기업은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최석철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