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장을 앞둔 사람들 사이에선 ‘슬기로운 격리 생활’을 위한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시설격리 5일에 자가격리 3일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를 적용받아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준비가 불필요해진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후 3년 동안 유지해온 해외 입국자 격리 조치를 전격 폐지하면서다. 해외 입국 빗장 풀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생건강위)는 내년 1월 8일부로 자국민을 포함한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시설격리 조치를 폐지한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중국에선 현재 해외 입국자에게 시설격리 5일과 자가격리 3일 등 총 8일의 격리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 자가격리에 대한 방침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격리 규제를 완전히 폐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외 입국자는 출발 48시간 전에 시행한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고, 입국 후 통상적인 검역 절차를 통과하면 격리 없이 중국 땅을 자유롭게 밟을 수 있다. 지난달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이후 중국 정부는 방역 규제를 하나씩 철폐했다. 해외 입국자 격리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규제였다.
입국객에게 적용하던 다른 방역 수칙도 폐기했다. 격리 전 해외 입국자 전원에게 시행한 PCR 검사를 없애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현지 중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발급받아야 했던 건강 QR코드도 신청할 필요가 없어졌다. 국제선 운항 횟수와 승객 인원에 대한 제한 역시 폐지했다.
중국 정부는 또 코로나19 관리 수준을 최고 위험 등급인 ‘갑류’에서 한 단계 낮은 ‘을류’로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8일부터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격리 조치와 밀접 접촉자 판정도 중단된다. 위생건강위 소속인 량완녠 칭화대 교수는 방역 조치 완화 배경에 대해 “코로나 대응 우선순위를 통제에서 치료 중심으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해외 여행도 늘 듯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 관광업이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에 중국 내 관광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입국 시 격리 부담이 사라지면서 중국인의 해외 여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은 사업, 유학 등 특수 목적 외의 자국민 출국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위생건강위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 시민의 해외 여행은 질서 있는 방식으로 재개될 것”이라며 조만간 출국 제한 조치 완화를 시사했다.
중국발(發) 여행객이 증가하면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중국에선 병원 응급실이 꽉 찰 정도로 확진자가 넘쳐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지난 25일부터 확진자 수를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하루 감염자 수가 3700만 명에 달한 적도 있다는 내부 문서가 최근 공개됐다. 상하이 테슬라 공장도 확진자 급증으로 생산 중단 기간을 내년 1월 1일까지 총 9일로 하루 더 연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우려 속에 일본은 오는 30일부터 중국에서 자국으로 입국하는 전원에게 코로나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 10월부터 입국 시 코로나 검사를 원칙적으로 폐기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해외 입국자 격리 조치를 폐지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중국에 한해서만 입국 시 검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한편 중국의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27일 서부텍사스원유(WTI) 내년 2월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89% 오른 배럴당 81.06달러를 기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