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일즈 외교로 시장 개척 항로 열기를

입력 2022-12-26 18:23
수정 2022-12-27 07:42
올해 초부터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국경이 열리고 국가 정상들의 활동도 바빠졌다. 온라인으로 열리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현장에서 열리고 정상들의 해외 나들이도 많아졌다.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사우디의 왕세자, 스웨덴 총리, 베트남 주석, 케냐 대통령 등 많은 정상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이들이 방문할 때 빠지지 않고 기업인을 대동하거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면담을 하고 성과를 내느라 바빴다. 정상들의 세일즈 외교가 부활하고 있다.

정상들이 움직이는 배경은 다양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제조업 재건을 목적으로 한다. 반도체 등 전략 부품은 물론 기후 대응을 위한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환경친화적인 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미국산에 한정하고 투자 유치를 통해 미래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한다. 코로나19 방역과 3기 연임 등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혔던 시진핑 중국 주석도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남아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사우디를 찾아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확장을 기했다. 유럽연합의 중심국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손상된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후 대응을 위한 수소 등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한 활동으로 분주하다.

우리도 바쁜데 상황은 녹록지 않다. 태평양 연안의 자유무역 확대를 뒷받침하고자 생긴 APEC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2008년 금융위기를 벗어나고자 탄생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도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서 다자주의가 힘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에서 글로벌화로 경제 위상을 높여온 우리의 역할도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무역적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내년 여건도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 과거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상 외교가 빛을 발한 경우가 많았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때도 있었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고유가 극복을 위해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망 확장과 자원외교에 중점을 두기도 했다.

우리가 내년에 맞이할 과제는 과거에 비해 복합적이다. 모든 나라가 고물가, 고금리 아래에서 저성장의 경제적 침체를 겪고 있지만 공조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각자도생의 움직임이 더 거세다. 특히 현재 국제통상 규범인 WTO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협력보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나라끼리 협력하며 주도권 쟁탈전이 강해진다. 더구나 현안이 된 투자나 기술, 지식재산권 보호, 환경 등 이슈에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지 못하면서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세일즈 외교를 실현할 담대한 통상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한가운데 우리 주력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공급망 재편이나 기후 대응과 같은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주도 세력이 되도록 협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방위산업처럼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한 곳은 상대 국가와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도록 포괄적 산업 협력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내년은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뱃길을 열어주고 미래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항로를 열어주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