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설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들…K푸드 팬 덕에 한파 피했다

입력 2022-12-26 11:38
수정 2022-12-26 14:18


평택에서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간 최요셉(27) 씨는 지난 주말 폭설로 차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 삽을 빌리기 위해 주변의 한 주택 문을 두렸다. 치과 의사인 알렉산더 캠파냐(40) 씨의 집이었다. 캠파냐 씨는 삽을 빌려주는 대신 이들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폭설이 예고됐기 때문에 이들 부부의 냉장고엔 식자재가 가득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이 한식 재료였다. K푸드 팬이라는 부부는 김치와 전기밥솥은 물론 맛술과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까지 갖추고 있었다.

겨울 폭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미국 뉴욕주에서 눈 속에 갇힌 한국 관광객들이 친절한 미국인 부부 덕분에 서로 잊을 수 없는 성탄 주말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의 인연을 맺어준 것은 K푸드였다.

여자 6명과 남자 3명인 한국 관광객들은 지난 23일 이들이 승합차를 타고 워싱턴에서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뉴욕주 윌리엄즈빌에서 차가 눈 쌓인 도로에서 도랑에 빠졌다. 뉴욕주에서는 이번 겨울 폭풍으로 버펄로에 최대 110㎝ 눈이 내렸고, 버펄로가 포함된 이리 카운티에서는 지금까지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친절한 캠파냐 씨 부부는 침실이 3개인 집을 갑자기 들이닥친 9명의 한국인 손님들에게 내어줬다. 이들 중에는 최 씨 부부 외에 인디애나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과 그의 부모, 서울에서 온 대학생 친구 2명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한식 전문 요리사는 손님 중에 있었다. 인디애나 대학생의 어머니가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 한국음식을 척척 내놓으며 손맛을 뽐냈다. 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국 프로풋볼팀 버펄로 빌스가 시카고 베어스를 꺾는 모습을 함께 보며 푸짐한 한식을 즐겼다.

최씨는 캠파냐 씨 집 문을 두드린 것이 "운명 같다"며 "캠파냐 씨 부부는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친절하다"고 말했다. 캠파냐 씨는 예상치 못한 손님들의 방문에 대해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고 독특한 축복이었다.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에 가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25일 눈이 잦아들고 도로 제설작업이 이뤄져 한국 관광객들은 이들을 태우러 온 차량으로 뉴욕시로 떠났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새해맞이를 하기로 한 최 씨 부부를 제외한 나머지 관광객들은 이번 주 귀국할 예정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