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멀리서 당겨 찍어도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급’ 화질을 내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이 등장했다. 두께를 줄여 스마트폰에 장착했을 때 표면으로 튀어나오는 ‘카툭튀’까지 없앴다. 스마트폰에 장착돼 상품화되는 시기는 내년 이후다. 업계에선 카메라 모듈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 카메라 수준 망원 기능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화질 저하 없이 스마트폰에서 고배율 광학줌 촬영을 할 수 있는 카메라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름도 ‘고배율 광학식 연속줌 카메라 모듈’(사진)이다. LG이노텍은 이 제품을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처음 공개한다.
광학식 연속줌 모듈은 DSLR나 미러리스 같은 전문 카메라에 주로 적용되던 망원 카메라 기능을 스마트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초소형 부품이다. 기존엔 광학줌 기능을 이용하려면 연속줌 모듈과 고정줌 모듈 2개를 각각 장착해야 했다. 회사 관계자는 “모듈 하나로 4~9배율 구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광학줌 촬영이 가능한 것은 굉장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줌 액추에이터’를 적용해 모든 구간에서 깨끗한 화질을 구현하도록 했다. 줌 액추에이터는 초점거리를 바꾸거나 초점을 맞추기 위해 렌즈를 움직이는 부품이다. 초점이 맞도록 줌 액추에이터가 여러 개의 렌즈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 고화질 촬영물을 만든다.
모듈 두께를 최소화해 스마트폰 뒤에 카메라가 튀어나오는 이른바 ‘카툭튀’를 완전히 없앤 것도 특징이다. 일반적인 광학줌 모듈은 고배율일수록 초점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모듈 두께가 두꺼워진다. 하지만 LG이노텍은 렌즈 설계와 모듈 구조를 새롭게 혁신해 카툭튀를 해결했다. ○스마트폰 제조사 관심…본격 경쟁광학줌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수요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LG이노텍이 이번에 개발한 제품처럼 모듈 개수와 두께가 동시에 줄어들면 스마트폰 내부 공간 확보와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내년 이후부터는 고배율 광학식 연속줌 모듈을 채용하겠다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여럿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스마트폰용 카메라는 프리미엄급 폰을 중심으로 광학줌 성능을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듈 기능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최적화 작업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LG이노텍은 미국 퀄컴과 함께 신규 프리미엄급 스냅드래곤8 2세대 모바일 플랫폼에 탑재될 광학식 연속줌용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 자동 초점과 노출, 화이트밸런스, 렌즈 음영 보정 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내년엔 카메라 모듈 시장 주도권이 광학줌 기능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도 광학줌 카메라 모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카메라 돌출을 최소화하면서도 광학 10배줌을 구현한 ‘폴디드(굴절)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2019년 광학 5배줌을 구현한 데 이어 관련 기능을 꾸준히 진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TSR에 따르면 세계 광학줌 카메라 모듈 수요는 지난해 1970만 개에서 2025년 9050만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