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여야가 이번에는 올해 종료될 일몰 예정 법안을 두고 맞붙을 전망이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등과 관련한 법안이 쟁점이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위해 합의한 본회의 날짜(28일)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의견 차가 커 양당 원내대표 간 담판으로 합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27일 쟁점 법안 심사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26~2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몰 예정 법안을 심사한다. 22일 양당 원내대표가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일몰 예정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법제사법위원회는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2025년까지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지난 9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안을 단독 의결한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화물연대가 정부의 3년 연장 제안을 거부한 채 파업에 나선 만큼 법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토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정부의 원점 재검토 입장이 분명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법사위에서 논의된다. 관건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 여부다. 양곡관리법은 지난 10월 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한 뒤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지났다.
국회법 86조에 따르면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농해수위 재적 의원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7명, 무소속 1명으로 민주당 전원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찬성하면 5분의 3을 넘는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강행 처리 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노위, 8시간 추가근로제 논의환경노동위원회는 26일 고용법안소위를 열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국민의힘은 중소기업 여건을 고려해 일몰 기간을 늘리자고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를 거부해왔다.
최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30인 미만 사업장 중에 열악한 한계 기업이 많다는 점과 노동권 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고민”이라고 한 만큼 협의 여지가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환노위가 법안소위에 이어 27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합의 처리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일부 법안은 상임위 차원에서 합의하기엔 이견이 첨예해 다른 일몰 예정 법안과 연계해 양당 원내대표 간 담판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웅래 체포동의’도 뇌관28일 본회의 표결을 앞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정국의 뇌관으로 꼽힌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 만큼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국민의힘은 ‘방탄 정당’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도 변수다. 야당은 다음달 7일 종료를 앞둔 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은 ‘연장 불가’로 맞서고 있다. 국정조사 종료 시점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정부·여당 안인 ‘5년 연장 후 제도 개선’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회사채 발행 한도를 두 배에서 다섯 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을 담은 한국전력법 개정안은 무리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