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마켓에 '진심'인 독일인도…불황 우려에 지갑 닫았다

입력 2022-12-24 10:30
수정 2022-12-26 00:02


경기 침체 우려가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을 덮쳤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일부 크리스마스 상점은 높은 부대 비용 탓에 영업을 포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이 코로나19 방역 규제 없이 문을 열었지만 경기 불확실성 속에 방문객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중남부 도시 뉘른베르크는 유럽을 대표할 정도로 성대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220만 명(2019년 기준)에 달하는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독일 대표 음식인 소시지, 글뤼바인(시나몬, 과일 등을 넣고 끓인 와인) 등에 1억8000만유로(약 2450억원)를 썼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완화하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지만 방문객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아 지출 규모는 2019년 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는 독일인들이지만 올해는 경기침체 우려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60%는 "물가 상승이 최대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응답자 53%는 "크리스마스 용품을 적게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13%는 아예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NYT에 따르면 이전에는 방문객들이 30유로에 달하는 인형 옷장을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면 이제는 타자기나 램프처럼 5유로 미만의 작은 물건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형 용품 상점을 운영하는 딸을 돕고 있는 쿠르트 라이트너는 "방문객들이 소비 품목을 바꿨다"면서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찾아오고 있지만 지출 규모는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대목에 장사를 포기하는 상점들도 나타났다. 높은 비용과 직원 부족,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올해 20여 개의 상점이 영업 계획을 접었다. 이는 현대 크리스마스 마켓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달러 강세를 타고 유럽 여행에 나선 미국인들은 예외다. 이들은 독일 여행 코스 중 하나로 뉘른베르크를 방문해 값비싼 크리스마스 용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