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외곽에 있는 한 회전초밥 가게. 달칵달칵 소리를 내며 컨베이어벨트가 테이블 주위를 반복해 돈다. 그런데 이곳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다. ‘달그락’ 접시 쌓이는 소리 대신 가게 한쪽에 모인 직원들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타격음이 적막을 깬다. 테이블에는 각종 정보기술(IT) 설비가 복잡하게 늘어서 있다.
회전초밥 점포와 IT 기업 사무실을 섞어놓은 듯한 이곳은 일본 최대 회전초밥 체인인 스시로의 비밀 연구기지다. 지난 15일 한국 언론 최초로 방문한 스시로 연구기지의 주소는 ‘비공개’였다. 정식 명칭도 없이 그저 ‘스튜디오’로 불린다. 이곳에서 스시로의 디지털 대전환(DX) 구상은 실증 실험을 거쳐 구체적인 형상을 갖춘다.
오사카는 회전초밥의 발상지로 불린다. 일본 전통음식 초밥에 제조업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해 가격을 내리고, 회전율을 높이는 ‘박리다매’ 전략을 선보였다. 하지만 비밀연구기지에서 ‘박리다매가 기본전략일 것’이라는 추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외식업의 법칙을 바꾼 것은 IT였다. 스시로는 초밥을 만드는 순간부터 입에 들어갈 때까지 전 과정에 첨단기술을 접목했다. 한 주먹에 쌀알 320개를 쥔다는 장인의 손맛을 대신하는 것은 대당 150만~250만엔 하는 초밥용 밥(샤리) 제조 로봇이다. 초밥 로봇은 초당 한 개씩, 1분에 60개의 샤리를 쥔다. 이 덕분에 초짜 직원도 초밥용 횟감(네타)을 얹어서 1분에 열 개의 초밥을 만들 수 있다.
초밥이 얼마나 팔릴지도 자동으로 예상한다. 매일 오후 2시면 스시로의 644개 전 지점에는 당일 점포별 예상 매출과 판매량이 전달된다. 20년 넘게 확보한 접시 20억 개 분량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학습한 결과다. 미즈토메 고이치 푸드앤드라이프컴퍼니(스시로 운영사) 대표는 “맛있는 초밥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한 최적의 길로 DX를 선택했다”고 했다.
오사카=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