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연말 단체 모임이 활성화된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오랜만의 회식이라 반갑다는 의견과 불편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회식으로 인해 사라졌던 회식 문화 관련 문제들도 속출하는 모양새다. 연말 회식 관심 폭발…"반갑고 설레요"
23일 네이버 트렌드에 따르면 12월 1주차 '회식 장소'의 검색량은 100으로 최근 1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네이버 트렌드는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합산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한 후 상대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검색량 지표다. 최대 검색 기간은 1년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에는 높은 주는 18, 가장 낮았던 주는 4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검색량이 적게는 약 5배, 많게는 25배나 급증한 것이다. 그만큼 그동안 하지 못했던 회식 자리에 대한 관심도가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는 김모씨(43)는 최근 송년회를 했다며 "원래 회식 자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동료들과 다 같이 사무실 밖에서 만나 술 한잔하니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씨는 "한동안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 어쩌다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술 마시는 정도였는데, 간만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회식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국'에 입사해 한 번도 회식을 한 적이 없었다는 박모씨(28)는 "학교 다니면서 취업 준비할 때는 직장인이 돼서 선배들과 술자리 하는 것도 한 번쯤 꿈꿔봤던 일"이라면서 "취업 후 3년 만에 회식을 앞두고 있어서 너무 설렌다"고 전했다. 신입사원 "처음이라 두려워요"박씨와 달리 회식 자리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모씨(30)는 입사 후 한번도 같은 회사 선임들과 함께 식사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회식 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전씨는 "입사 후 대체로 재택근무를 해왔고, 회사로 출근할 때는 그마저도 선임들과 교대로 출근을 했다. 메신저로는 소통을 했으나 오프라인에서 교류해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매우 낯설다"면서 "원래도 사교적인 편은 아니어서 회식 자리가 기대된다기보다는 좀 두렵다"고 설명했다.
회식 자리를 극히 꺼리는 이들도 있었다. 조모씨(25)는 "코로나19 시대에 어쩔 수 없었던 10시 귀가나 모임 금지가 그리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라는 의견도 많았다. 이모씨(27)는 "회식 자리 자체는 싫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냐가 중요한 것 같다. 친하거나 편한 사람과 함께 하는 회식 자리는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사라졌던 논란들, 다시 도마 위
그간 사라졌던 회식으로 줄었던 불만과 논란은 온라인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익명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N빵하는 회식은 대체 왜 하는 걸까요'라는 글이 놀라와 화제가 됐다. 글쓴이 A씨는 "회식은 하고 싶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챙기고 싶은 윗분들의 의지? 진짜 이직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N빵 회식을 처음 들어봤다", "동기끼리면 이해하겠는데"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에 A씨는 "맛있는 것도 못 먹는데 왜 불편하게 술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2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남편 회식 쫓아가려고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을 쓴 B씨는 "이제 임신 28주 넘었는데 남편이 회식을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인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집을 못 가게 한단다"면서 "아직 안 들어오는 남편도 열이 받고, 임산부가 회식 자리 쫓아가야 집을 보내주려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 글에는 약 1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술에 취한 직장 동료가 부적절한 모습을 보인다는 사연도 올라왔다. C씨는 지난 13일 블라인드에 "회식하고 취해서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면서 손잡고 팔짱 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회사 사람과는 아무 일도 만들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잘못하면 감옥 갈 수 있는 세상이다" 등 비판이 나왔다.
지난 8월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회식에서 불쾌한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경험한 회식 자리 불쾌한 경험 1위는 '음주 강요'였고, '술버릇으로 인한 피해', '노래 및 개인기 강요'가 뒤를 이었다.
신현보/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