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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가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를 또다시 끌어내렸다. 이날 테슬라가 미국에서 일부 전기차 모델의 가격을 내리며 소비 둔화 불안감이 증폭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탄탄한 노동시장은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정책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 금리에 취약한 기술주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반도체 대표주 마이크론까지 부진한 실적을 내놓자 나스닥지수는 2% 이상 하락했다.테슬라의 추락…美 상장사 5위→11위22일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12.22달러(8.88%) 하락한 125.35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11%까지 떨어졌다. 2020년 9월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10월 1조달러(1281조원)를 넘었던 테슬라 시가총액은 3958억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연초 시총 기준 미 상장사 5위에 올랐지만 현재(11위)는 10위 밖이다. 이달 하락률은 36%로 역대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이날 미국의 모델3과 모델Y 신차 구매자에게 7500달러(약 961만원)어치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인센티브(3750달러)의 두 배다. 3분기 기준 모델3 및 모델Y 인도량은 32만5158대로 전체 인도량(34만3830대)의 95%다.
투자자들은 이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테슬라는 지난 10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차량 가격을 최대 9% 낮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음성 채팅 프로그램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내년 경기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며 고가 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재는 동시다발적이었다. 이날 미 상원은 테슬라 등 주요 자동차 기업 8곳에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수입한 부품을 썼다는 의혹을 소명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을 이유로 위구르산 부품과 원료 수입을 금지한다. 미 교통안전국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오류 관련 조사에 나섰다. 테슬라 지분을 팔아 트위터에 자금을 쏟는 머스크의 ‘오너 리스크’도 있다.
3분기 지표는 좋았지만 기업 실적 ‘경고등’22일 뉴욕증시에서는 테슬라뿐 아니라 기술주 중심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나스닥지수는 2.18% 떨어진 10476.12에 마감했다. 다우존스는 1.05%, S&P500은 1.45% 하락했다. 시장 추정치보다 좋은 경기지표가 잇따라 나오자 Fed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졌다.
이날 발표된 미 3분기 GDP 확정치는 3.2%로 잠정치(2.9%)보다 올랐다. 개인소비지출(PCE)은 잠정치(1.7%)에서 2.3%로 뛰었다. 반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21만6000건으로 예상치(22만2000건)보다 낮았다. 찰스슈와브의 리즈 앤 손더스 최고투자전략가는 “강한 노동시장 지표는 Fed가 경제에 계속해서 제동을 걸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4분기 어닝 시즌을 앞둔 기업들이 내놓은 실적은 쇼크 수준이었다. 경기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1분기(10~12월) 매출은 40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7% 줄었다. 월가 추정치(41억3000만달러)보다 낮았다. 다음 분기 전망치(38억달러)도 시장 기대치(38억8000만달러)를 밑돌았다. 마이크론(-3.4%), 엔비디아(-7.0%) 등 반도체주 낙폭이 컸던 이유다. 중고차 업체 카맥스는 중고차 시장 불황으로 9~11월 순이익이 86% 급감했다.
연말 증시가 반등하는 ‘산타 랠리’는 없다는 비관은 힘을 얻고 있다. CNBC는 “3대 지수가 최근 3년간의 상승세를 마치고 올해 수익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로 꼽히는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설립자는 22일 CNBC에 “주식을 공매도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