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3일 12: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종합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SFA)가 2차전지 관련 장비업체 씨아이에스(CIS)를 인수한다.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에스에프에이는 2차전지 생산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생산하는 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스에프에이는 이날 SBI인베스트먼트와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 김수하 씨아이에스 대표 등이 보유한 씨아이에스 경영권 지분 약 28%를 1800억원 가량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1만원 안팎이다. 매각 측은 KB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거래를 진행해왔다.
씨아이에스는 2002년에 설립된 업체로 2차 전지 전극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전극 공정은 양극판과 음극판, 분리막 등을 만드는 기초 공정이다. 씨아이에스는 전지극판 제조용 압연장비를 비롯해 연료전지용 극판인 GDL(Gas Diffusion Layer)과 연료전지용 부품 및 제조용 설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 중에서 전극 공정의 장비 업체는 씨아이에스와 원익피앤이 정도가 있다. 기술력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327억 원, 영업이익은 16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15% 이상 불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794억원, 영업이익은 72억원이다.
에스에프에이는 2차 전지 제조 공정 중 전극 공정을 제외한 조립·활성화 공정 관련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씨아이에스를 인수할 경우 2차전지 제조의 전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게 된다. 2차전지 조립 공정은 양극판과 음극판, 분리막을 셀 형태로 조립하는 공정이고, 활성화 공정은 2차 배터리의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고 방전 용량 등을 검사하는 공정이다.
에스에프에이는 디스플레이용 장비업체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2차 전지 장비 분야의 수주액이 가장 높을 만큼 2차 전지 장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신규 수주액(1조715억원) 중 2차 전지부문 수주액이 5494억원으로 전체 수주액의 50%를 넘었다. 에스에프에이는 이 외에도 반도체 장비, 스마트 물류 장비 등 새로운 사업 영역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이번 M&A에서 씨아이에스의 자회사인 씨아이솔리드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서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아이솔리드는 전고체 전지 관련 전해질 소재와 관련 장비 생산업체다. 최근 포스코기술투자가 투자하면서 기업가치를 350억원 정도로 평가했다.
SBI인베스트먼트와 ST리더스PE는 이번 씨아이에스 투자로 70% 가까운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020년 7월 펀드를 결성해서 씨아이에스 경영권 지분 17.95%를 533억원에 인수했다. 시설 투자 등을 위해 300억원의 전환사채(CB)도 사들였다. 2021년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지분은 22.88%까지 불었다. 이들의 주당 인수가격은 주당 5900원 수준이다. 씨아이에스 인수 펀드에 핵심 기관투자자(LP)로 참여한 MG새마을금고, 산업은행 등도 이번 매각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 하락 등으로 M&A가 실종된 상황에서 단비 같은 거래"라며 "매도자와 인수자 모두 큰 결단을 내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