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에 합의하면서 부부 공동명의 18억원 이하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사라지게 됐다. 조정지역 2주택자는 중과세율에서 벗어나 세액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중과세율 자체를 없애고 단일세율로 통합하려던 정부안이 무산됨에 따라 공시가 합산액이 12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이 예상된다.
23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합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부세 공제금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3억원 높아진다. 공시가 합산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경우 종부세 부담이 없다.
부부 공동명의로 50%씩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공시가 18억원 주택까지도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각각 9억원의 공제를 받아 과표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시가 18억원짜리 서울 송파구 잠실 엘스아파트(84㎡)나 양천구 현대하이페리온(154㎡)을 부부 공동명의로 보유한 경우라면 올해는 1세대1주택으로 간주하는 특례를 받아도 24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했지만 내년엔 특례 신청을 취소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으로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가 더 내려갈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약 270만원의 종부세가 부과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공시가 18억8000만원) 보유자도 내년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금액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공시가격 12억원까지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공시가가 11억7800만원인 마포구 래미안 공덕 5차(84㎡)는 올해는 종부세 대상이지만 내년에는 공시가가 같더라도 과세되지 않는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도 대폭 완화된다. 2주택자까지는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이어도 중과세율(1.2~6.0%)이 아니라 일반세율(0.5~2.7%)을 적용한다. 은마아파트(18억8000만원)와 반포 아크로리버파크(26억6700만원)를 동시 보유한 2주택자라면 종부세가 7000만원에서 내년 2100만원 정도로 7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 역시 공시가 하락에 따라 세부담은 더 낮아질 수 있다.
3주택 이상 보유자의 부담도 낮아진다. 우선 과세표준이 12억원을 넘지 않는 3주택 보유자는 중과세율 적용을 받지 않는다. 9억원의 공제를 감안하면 공시가 합산 21억원까지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일반세율에 따라 과세된다.
하지만 12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자는 당초 예상보다 세부담 완화 폭이 축소됐다. 최고 6.0%였던 중과세율이 최고 5.0%로 소폭 조정되기는 했지만 중과세율 자체를 없애려던 정부의 방안은 무산됐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줄어든 배경에는 서울 강북 등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중과세 폐지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정부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