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을 맡아줄 무모한 사람을 찾는 대로 트위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트위터에도 테슬라 투자자들에게도 폭풍 같은 두 달이었습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 CEO직의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새가 풀려났다”며 화장실 세면대를 품고 트위터 본사에 들어온 그는 두 달 만에 초라한 퇴장을 하게 됐습니다.‘자유로운 소통 공간’ 내세웠지만머스크는 트위터의 인수 목표로 ‘더 자유로운 소통 공간’을 내세웠습니다. 그의 행보는 그러나 거센 정치적 반발을 불렀습니다. 머스크는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 선동 의혹으로 영구 정지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부활시켰습니다. 중간선거 기간엔 노골적으로 공화당 지지를 선언해 반대편 진영의 반감을 샀습니다.
이 같은 행보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CNN 등 기자들의 계정을 무더기로 정지시켰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는 지난 19일 ‘내가 트위터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가’라는 찬반 투표까지 트위터에 부쳤습니다.
머스크의 행보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냈던 테슬라 팬 및 투자자들마저 상당수 등을 돌렸습니다. 이 기간 테슬라 주가는 2년 만에 최저치인 125.35달러(지난 22일 종가)까지 추락했습니다. 올해 들어 64%가 넘는 하락률입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32% 하락에 그쳤으니 ‘테슬람’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트위터 차기 CEO는 누가 될까머스크는 트위터 CEO에 물러나도 소프트웨어와 서버팀 관리는 계속 담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리스크를 덜어내고 SNS의 기술적 주도권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WP는 “머스크는 여전히 트위터를 컨트롤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직후 경영진과 이사진을 전원 해임했고 자신이 유일한 이사로 남은 상황입니다.
‘상왕’ 머스크를 모시고 트위터를 이끌 ‘무모한 임무’를 맡을 차기 CEO는 누가 될까요. CNN은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IT 기업 엔젤투자자로 머스크의 자문 역을 맡았던 제이슨 칼라카니스, 전 트위터 임원인 스리람 크리슈난 등을 유력 후보로 거론했습니다.
색스는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창립한 멤버입니다. 세 후보 중 머스크와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칼라카니스는 트위터 감원 문제 등으로 머스크에 조언했고 지난 4월엔 트위터 CEO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크리슈난은 트위터에서 검색 및 타임라인 등 플랫폼 기능을 담당하는 팀을 맡았습니다. CNN은 “전 트위터 임원이라는 점에서 가장 안정적인 후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 팬들 사이에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원이자 IT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렉스 프리드먼이 후보로 물망에 올랐습니다. 프리드먼은 머스크를 비롯해 전 테슬라 AI 부문 이사였던 안드레이 카르파티를 인터뷰하는 등 로봇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인플루언서입니다. 프리드먼은 머스크에게 무급으로 트위터 CEO를 맡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의 '중역 인재상'은 숏웰 머스크의 속내는 어떨까요. 그는 지난 19일 트위터에 “문제는 CEO를 찾는 게 아니라 ‘트위터의 생존을 유지할’ CEO를 찾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21일엔 “지난 5주간 미친 듯한 비용 절감으로 트위터의 재정 상황을 개선했다”며 “내년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본인 덕에 죽어가던 트위터가 살아났고 이를 계승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같은 경영 지휘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대주주이자 CEO는 머스크입니다. 그러나 실제 경영은 사장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그윈 숏웰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2002년 5월 스페이스X를 설립한 뒤 그해 9월 숏웰을 영업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습니다. 숏웰은 2008년 사장 승진 후 10여 년 동안 스페이스X의 경영을 묵묵히 책임졌습니다.
숏웰의 영업 수완은 탁월했습니다. 남성 중심의 항공우주 업계에서 수려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를 가진 그의 존재는 이목을 끌었습니다. 숏웰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팰컨1’ 로켓을 팔기 위해 국방부, 군대, 미국항공우주국(NASA) 로비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습니다. 고위급 인사와 협상을 낯설어했던 머스크를 대신해 로비에 나섰습니다. “보수적인 우주 산업의 느려터진 속도를 잘 알고 있었어요. 머스크의 추진력이 무서웠지만 결국 도전에 동참했습니다”(에릭 버거 《리프트오프》)
직설적인 머스크와 달리, 부드러운 언행의 숏웰은 업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2006년 그는 기어이 회사를 살릴 2억7800만달러(약 3560억) 규모의 NASA 로켓 계약을 따냅니다. 이 돈은 머스크가 화성으로 가려는 꿈의 ‘불씨’와도 같은 자금이 됐습니다. 이 정도 활약이면 그는 자신을 내세울 만도 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그의 보스를 치켜세웠습니다. “모두 일론이 했습니다. 그의 비전이 회사를 이끌었어요” 머스크가 온갖 소송과 비판을 당할 때도 숏웰은 항상 그의 편에 섰습니다.
“되도록 앞에 나서지 않는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임직원들은 대부분 머스크의 비전에 공감하고 그의 추진력을 존경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까탈스러운 ‘천재 보스’와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그가 언제 마음을 바꿔 자신을 해고할지 모른다며 두려워했습니다. 머스크는 심지어 충성스러운 중역이라도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을 타진하면 차갑게 대했습니다.
테슬라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공동창업자였던 J.B. 스트라우벨은 머스크의 이러한 성정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측근이었습니다. 그는 테슬라 직원들의 메시지를 머스크에게 전달하는 가교 구실을 했습니다. 스트라우벨 역시 숏웰과 함께 ‘머스크의 그림자’로 머물렀습니다(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그는 반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되도록 앞에 나서지 않으려 애쓴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일론의 목표와 비전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려 합니다. 결국 일론은 나의 상사입니다. 그는 피와 땀과 눈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론이 지금껏 달성해온 업적을 존경합니다. 일론이 없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