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최장 조정…개미 '눈물의 탈출'

입력 2022-12-22 21:01
수정 2022-12-23 01:13
국내 증시가 2000년 이후 가장 긴 조정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개인투자자의 평균 손실률이 2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를 ‘마지막 부의 사다리’로 여기며 유동성 장세에 서둘러 올라탔던 동학개미는 큰 손실을 떠안은 채 서둘러 증시를 빠져나가고 있다. 버블붕괴 직격탄 맞은 동학개미
한국경제신문이 22일 대형 증권사 A사에 의뢰해 개인투자자 244만2998계좌의 올해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22.1%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 성별, 자산 규모별로 집단을 세분화했을 때 평균적으로 이익을 낸 집단은 한 곳도 없었다. 증권사별로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의 하락률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 가운데 올해 평균 수익률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손실을 본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1월 3일~12월 20일)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건 삼성전자(15조8000억원)로 같은 기간 25.16% 하락했다. 순매수 2위인 네이버(3조2000억원·-52.31%)와 3위 카카오(2조2000억원·-51.73%)는 올 들어 반토막 났다.

비교적 최근 증시에 유입된 2030세대는 증시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2030세대가 열광했던 상장(IPO) 기업의 주가 하락폭이 특히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IPO 대어’로 꼽히던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은 공모가 대비 30~60% 하락했다.

개인들은 우리사주로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 1인당 평균 4억9000만원어치의 우리사주를 사들인 카카오뱅크 직원의 22일 기준 손실률은 32.4%다. 금리·강달러에 가위 눌린 韓 증시국내 증시는 1년 내내 강도 높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정책에 휘둘렸다. 물가 상승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Fed는 지난 3월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시작된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증시를 무너뜨렸다. 그 중심에 한국 증시가 있었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10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세계 주요국 중 나홀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1년 내내 지속된 반도체 업황 우려로 인한 반도체 주가 급락도 증시를 짓눌렀다.

투자자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최악의 조정장을 통과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증시 조정은 올해 말까지 1년6개월간 이어졌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 초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1년9개월간 이어진 하락장 이후 가장 긴 조정 터널이다.

동학개미는 서둘러 떠나고 있다. 올초 71조7000억원 수준이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45조3000억원으로 1년 새 약 37% 급감했다. 거래대금도 말라붙었다. 22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5조9640억원으로 10조원을 훌쩍 넘기던 올초 대비 반토막 났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