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온라인상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화장품 출시가 가능하다. 제품 콘셉트와 원료, 내용물, 용기, 포장재 등을 선택하면 생산으로 신속하게 이어진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씨티케이가 선보인 세계 최초의 디지털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클립’이다.
씨티케이는 최근 주력사업 강화를 위해 계열사를 매각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건 디지털 화장품 플랫폼과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다. 강점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업계 최초로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세계 화장품 생태계를 혁신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각오다. “화장품업계의 ‘구글’ 될 것”
22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난 정인용 대표(사진)는 “최근 자회사 씨티케이 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에쓰씨엘헬스케어 등에 200억원에 양도했다”며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성 자산은 클립과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케이가 사활을 걸고 있는 클립에선 화장품 기획 및 개발, 생산, 마케팅 등 전 과정을 의뢰할 수 있다. 협력업체 200곳의 원료와 내용물, 용기, 포장 등 각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500개 소량 생산도 가능하며, 씨티케이 측에서 컨설팅도 해준다.
코로나19는 기회가 됐다. 해외 전시회가 올스톱되자 화장품 기획 수요가 클립으로 몰렸다. 클립은 출시 1년 만에 6000곳 이상 회원사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 대표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의뢰가 들어온다”며 “출시 예정국의 규제 및 유통망 같은 현지화한 정보를 넣고 인공지능(AI) 기능을 추가해 외부 플랫폼과 연동할 것”이라고 했다. 다품종소량생산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도록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신소재로 시너지 기대회사의 시초는 정 대표 부친이 1979년 세운 알루미늄 용기 제조업체 태가통상이다. 모태기업으로부터 용기 연구개발(R&D) 능력을 전수받은 정 대표는 2001년 씨티케이를 설립한 뒤 초기엔 패키지 수출에 주력했다. 이후 업계 최초로 화장품 기획 단계부터 생산까지 턴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주요 고객사는 샤넬과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에스티로더 등이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과 다른 점은 자체 공장이 없다는 것이다. 완제 화장품을 외주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이다.
미래 먹거리로 삼은 또 다른 사업은 친환경 신소재다. 계열사인 씨티케이 바이오 캐나다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과 함께 농업 폐기물, 헴프 줄기 등을 원료로 한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캐나다 최대 신선식품 업체인 스타그룹과 포장재 생산 협약을 맺는 등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섰으며, 현지 생산공장 가동도 시작했다. 정 대표는 “화장품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