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빌라왕' 피해자에 "보증금 반환 앞당기겠다"

입력 2022-12-22 18:07
수정 2022-12-22 18:09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른바 '빌라왕' 사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 반환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임차권 등기 이전에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빌라 1139채를 보유하다 숨진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원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피해자 가운데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 614명을 대상으로 우선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는 한파를 뚫고 100여명이 참석했다. 줌 회의 방식으로도 270여명이 접속했다.

원 장관은 피해자들에게 "처음부터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전세 사기를 막기에는 제도에 허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피해를 본 세입자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곧바로 지원할 수 없었다"며 뒤늦게 대응에 나서게 돼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범죄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조기 수습을 약속했다. 그는 "앞으로 전세사기 가해자 단속과 함께 관련된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도 함께 뿌리 뽑겠다"며 "범죄자 신상 공개 등 관련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빌라왕이 사망해 상속인 확정과 임차권 등기 등 수개월이 걸리는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했다.

통상 HUG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HUG는 임차권등기명령이 이뤄진 뒤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대위변제를 진행해야 한다. HUG가 지금까지 김씨 사건으로 대위변제해야 할 금액은 전체 보증액 815억원 가운데 334억원이다. 그러나 김씨가 사망하면서 보증금 반환 절차가 중단됐다. 상속인이 정해져야 임대차 계약 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씨 부모가 상속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서 상속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사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대상으로 임차권 등기가 완료되기 전 대위변제 심사를 먼저 시작해 보증금 반환 시점을 1~2개월 단축하기로 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 500여명에게는 예산안 확정 후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을 연 1% 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경매 진행으로 머물 곳이 사라진 피해자에게는 임시 거처도 제공한다. 내년 1월에는 서울 강서구에 이어 피해자가 많은 인천 지역에 전세 피해자지원센터를 추가로 마련해 무료 법률상담과 금융, 주거지원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국토부는 보증 가입자들에게 임차권 등기 전 이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차권 등기를 마쳐야 이사를 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상속인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며 "임차권등기가 나오기 전까진 절대로 이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차권 등기에 필요한 상속 대위등기 비용은 HUG가 우선 지급한 뒤 대위변제 이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한 피해자는 "보증보험 반환 절차와 경매가 빠르게 이뤄져 피해가 최소화돼야 한다"고 요청했고 다른 피해자도 "전세대출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은행들이 사태 해결 시점까지 대출을 연장하도록 정부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보증금 반환 절차를 법원, 법무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대출 연장 문제도 HUG에서 힘쓰고 있다"며 "악성 임대인 정보 공개 등을 진행해 서민의 주거 안정을 무너뜨리는 전세 사기를 강력히 막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