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4년차에 접어든 부산 핀테크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핀테크 영역에서의 폭발적인 기업 성장을 예고하는 한편, 오프라인 기반의 소상공 서비스 업종에서 핀테크산업이 활용하는 기술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이 나오고 있다. ‘부산 핀테크 허브’가 지역 신산업 클러스터 역할을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21일 부산 핀테크 허브 운영 기관인 글로벌핀테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지원 기업 넥솔은 지난 3월 국내 보험시장 가입률 2%에 불과한 ‘실손 보상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서비스 ‘보온’을 출시했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는데, 현재까지 무려 7만 개의 계약을 중개했다. 국내 대형 보험사가 연간 1000~3000건 정도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성과다.
넥솔의 기술은 데이터에 있다. 넥솔은 부산 핀테크 허브의 지원을 받아 카드 결제, 빅테크 가맹점, 건물 등 수억 개에 달하는 정보를 서버에 넣었다. 이렇게 쌓인 정보는 보험 계약 절차 단순화로 이어졌다. 사업자등록번호만 입력하면 스마트폰이 알아서 보험 계약 체결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불러와 고객은 30초 안에 보험을 계약할 수 있다.
넥솔은 내년 풍수해보험을 넘어 수출입 화물 운송 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는 적하보험까지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국내 보험사는 물론 제로페이 등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넥솔이 전통적인 핀테크 영역에서의 기술력을 자랑한다면, 푸드트래블은 핀테크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프라인 푸드트럭으로 출발한 푸드트래블은 현재 푸드트럭과 관련한 플랫폼을 개발해 법인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간식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를 세밀하게 분석한 뒤 업종·상황별 간식 만족도를 정량화해 기업에 푸드트럭을 보내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10대 대기업 모두 푸드트래블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재구매율은 80%가 넘는다. 100대 기업 중 절반이 푸드트래블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박상화 푸드트래블 대표는 “하루에 한 곳 정도 영업하던 푸드트럭 사업자가 우리 서비스를 활용해 하루 서너 번 영업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자사 직원은 물론 협력사 직원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우리 서비스를 활용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목표와도 부합해 올해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푸드트래블은 올해 매출 35억원을 달성해 지난해(5억2000만원) 대비 일곱 배 가까이 성장했다. 내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인력 구성 등 내부 경영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2019년 10월 개소한 부산 핀테크 허브가 올해까지 지원한 기업은 72곳이다. 지난 3년 동안 누적 매출은 108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9억원이던 투·융자 규모는 올해 159억원으로 세 배 이상 뛰어올랐다.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빅테크 기업과의 협업 기능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