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과 핵협상 사망 선고

입력 2022-12-21 15:20
수정 2022-12-22 01:3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사실상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중간선거 직전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당시 한 여성으로부터 “JCPOA가 죽었다고 발표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그것은 끝났지만, 우리는 그런 사실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긴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시 일반인이 촬영한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확산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은 유럽연합(EU)의 중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기한 2015년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조직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조건 등을 이란 측이 포기하면서 복원 협상은 한때 급진전하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고 미국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탄압한 이란 기관·인사 등을 제재하면서 핵합의 협상 동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인기를 공급하는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9월 이란을 뺀 모든 당사국이 JCPOA 복귀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JCPOA를 서로 준수하는 것으로 신속하게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앤 것은 사실”이라며 “여전히 유효한 것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과 정부의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맬리 미 국무부 이란 특사는 앞서 지난 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핵합의 복원보다)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단념시키고 이란 국민의 근본적 열망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