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하루 새 2% 넘게 상승하며 모처럼 반등했다. 초저금리를 고수해온 일본 중앙은행이 사실상 장기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달러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중앙은행마저 돌아서면서 글로벌 긴축 주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데다,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FTX 파산에 따른 시장 혼란도 여전하다.
21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4% 오른 1만6878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새벽 한때 약 5일 만에 처음으로 1만7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더리움도 24시간 전보다 3.2% 오른 121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도지코인(DOGE) 폴리곤(MATIC) 카르다노(ADA)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2% 안팎씩 상승했다.
코인 시장은 20일(현지시간) 소폭 상승 마감한 뉴욕 증시와 함께 반짝 반등했다. 매파적이었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5거래일 만이다.
전날 일본 중앙은행은 기습적으로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을 조정하며 사실상 장기 금리를 인상했다. 글로벌 긴축 파도 속에서도 완화 정책을 이어온 일본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때 요동쳤지만, 영향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일본 중앙은행이 당장 완전한 긴축 기조로 돌아선 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우 지수는 0.28%, S&P 지수는 0.1%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01% 강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일본 중앙은행이 깜짝 정책 조정에 나서면서 미국 달러 가격이 떨어졌고, 이는 비트코인에 호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반짝 상승세가 오래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다지는 데 실패하면서 단기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문사 페어리드의 케이티 스톡턴은 "비트코인이 1만8000달러 이상의 가격대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나쁜 징조"라며 "앞으로 몇 주 안에 11월 저점인 1만5600달러를 다시 테스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장기 모멘텀이 미약한 상황에서 2019년 저점인 1만3900달러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했다.
FTX 파산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자 마켓메이킹 회사인 오로스 글로벌은 최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으로부터 파산 보호 잠정 허가를 받았다. 오로스는 지난 11월 FTX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FTX에 예치해뒀던 200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이 묶인 사태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재무 건전성을 둘러싼 시장의 불안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바이낸스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준비금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감사 보고서까지 공개했지만 이를 두고 오히려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한때 전체 자산의 6%가 빠져나가는 대규모 인출 사태까지 벌어졌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