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을 앓는 학생이 성적 목적 없이 여교사의 가슴을 밀쳤더라도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3부 소속 고승일 부장판사는 경기도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 A군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심리치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A군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군은 2020년 7월 약을 먹이려는 여성 교사 B씨에게 "먹기 싫다"며 소리를 질렀고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친 혐의를 받는다. A군은 B씨의 팔을 꼬집고 때렸으며, 이를 말리던 사회복무요원의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다. 같은 달 활동 보조 선생님의 얼굴을 할퀸 적도 있었다.
참다못한 교사 B씨가 학교 측에 신고했고, 학교 측은 그해 10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A군에게 출석정지 5일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학생 처분을 원치 않는다는 교사 B씨의 의사에 따라 학교 측은 출석정지 처분을 잠시 보류했다. A군 측은 출석정지 보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5월 해당 처분을 취소했다.
이후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A군에게 심리치료를 4차례 받을 것을 결정했다. 이에 A군 측은 행정소송을 내 "발달검사 결과가 4살 수준이어서 성폭력이나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A군이 B씨에게 한 행위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한 교권 침해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A군의 장애를 고려하면 성적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피해 교사의 가슴을 손으로 밀친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령 A군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강제추행이나 폭행까지는 아니었더라도 교원지위법상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군 측은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