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출 이자 대신 내줄게요"…다급해진 고덕 집주인들 [현장+]

입력 2022-12-21 08:31
수정 2022-12-21 13:34

서울 강동구 전셋값이 신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10억원을 웃돌던 전셋값이 6억원 내외로 하락했다.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이들 단지가 입주했던 시기 체결됐던 수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재계약에 나서는 세입자들이 기존에 맺었던 계약보다 전셋값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다. 이들은 전세 대출 이자를 대신 납부하는 방법 등으로 세입자를 붙잡고 있다.

21일 네이버 부동산과 고덕·상일동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전세 호가는 최저 6억원까지 나왔다. 이 면적대는 2020년 11월 10억4000만원까지 거래됐는데 2년 만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집주인이라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빼주기 위해 4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해당 가격은 '고덕그라시움' 입주장이 열렸던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체결됐던 전세 계약이 6억50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현재 호가가 더 내려간 것이다.

'고덕그라시움' 인근 상일동에 있는 '고덕아르테온' 상황도 비슷하다. '고덕아르테온' 전용 84㎡ 전세 호가도 6억원까지 하락했다. 2019년 9월 전용 84㎡가 6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기도 했는데 이보다 현재 호가가 5000만원 낮다.

고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요즘 금리가 너무 많이 오르면서 전세에 대한 수요가 적은 편"이라며 "최근 맺어지는 전세 계약의 경우 기존 계약을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월세부터 문의하는 세입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일대 대장 아파트 전셋값이 흔들리면서 주변 단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고덕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 전세 호가는 6억5000만원까지 밀렸고, '고덕자이' 전용 84㎡ 전세 호가는 6억원 아래인 5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상일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고덕자이'는 입주 2년 차를 맞아 전세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전세 시장이 주춤한 데 물량까지 쏟아지다 보니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보니 집주인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당장 수억원을 세입자에게 내줘야 할 처지에 놓여서다.

상일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당장 세입자에게 내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방법을 문의하는 집주인들이 늘었다"며 "전세퇴거대출은 집주인이 실거주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D 공인 중개 관계자도 "세입자가 받은 전세 대출 이자를 대신 내준다는 조건으로 세입자를 잡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야만 가능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 전셋값은 급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8% 내렸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주간 하락 폭이 1%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전셋값은 올해 들어 9.03% 내려 지난해 상승 폭인 9.75%를 대부분 반납했다.

전세 물건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5만4150건으로 이달 초 5만3208건보다 942건(1.73%) 증가했다. 올해 7월(1일 기준)엔 2만8417건이었는데 이보다 2만5733건(90.55%) 급증한 수준이다.

세입자들의 심리도 위축됐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2월 둘째 주(12일) 63.1을 기록했다. 전주(65.1)보다 더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온 이후 54주 동안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워질수록 전세를 찾는 세입자보다 세를 놓으려는 집주인이 많단 뜻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