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매년 골목길 정비사업으로 수백억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좁은 골목길은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일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 지역 56곳 중 22곳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골목길 재생사업은 시가 2018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낙후한 골목길 주변 생활 환경과 보행 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폭 4m 이내의 골목길 또는 폭 10~12m 골목상권, 보행 중심 골목 등이 대상이다. 시가 투입한 예산만 올해 113억원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재생사업을 마무리한 현장은 여전히 위험한 골목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해 골목길 재생사업을 마친 연남동 동교로51길 일대(8200㎡)의 한 복합상가는 1층을 확장해 폭이 4m 정도인 골목을 1m가량 침범했다. 한 카페에선 야외 테이블을 건물 외벽과 연결해 고정한 뒤 철제 의자를 도로 위에 늘어놨다. 시는 해당 지역을 ‘세모길 재생사업’으로 선정해 지난해 골목길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골목길 재생사업의 바탕이 되는 ‘골목길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는 안전과 경관을 고려한 환경개선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은 폐쇄회로TV(CCTV) 설치와 파손된 바닥 수리 등에 그치는 실정이다. 또 대부분이 주거지역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상업지역의 골목길은 사업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골목길 정비 사업의 사후 관리도 문제다. 이날 오후 해당 재생사업 지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29대. 70m 길이의 골목에만 불법 주차 차량 7대가 늘어서 폭 4m 골목을 2m까지 줄여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그러나 “재생사업의 구체적 계획 수립과 시행은 구에서 담당하고 시는 금전적 지원만 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구청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 단속은 골목길 재생사업 담당의 업무가 아니다”며 “골목길 재생사업으로 보도 정비, 가로등 설치, 담장 재정비 등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원종환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