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말 저녁이 되면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너편 인도에 수십명이 몰린다. 백화점 본점을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조명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다. 인근 백화점들이 크리스마스 장식 경쟁을 펼치면서 이 일대 거리는 서울 야경의 명소라는 입소문이 났다. 주말에는 신세계 본점 맞은편 서울중앙우체국 앞 거리부터 도보 10분 거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경우 오전부터 대기하며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뛰어가는 행위)을 하는 이들이 많다. 샤넬·에르메스 등 명품을 사려는 게 아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경하기 위해 개점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백화점에는 13m 높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돼 화제가 됐다. 최근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2시간씩 기다려야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맞아 백화점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주요 백화점 3사는 전담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꾸려 1년 가까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해 왔다. 크리스마스 시즌 장식 설치 작업에만 한 달 가까이 들였다고 전해진다. 역대급 크리스마스 장식이 백화점 내·외관을 장식하면서 많은 이들이 오픈런까지 해가며 구경에 나선 것이다.
이들 백화점은 성탄절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 3년 만에 찾아온 대면 크리스마스에 인증샷 문화까지 결합해 주말마다 인파가 장식이나 트리를 구경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소공동 본점 쇼윈도 전체를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몄다. 외벽에 길이 100m 이상의 파사드를 3층 높이로 새로 구축했고 파사드 전체를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으로 장식했다. 이 장식을 위해 롯데백화점은 올 2월부터 크리스마스TF를 꾸렸다. 전담 인원 5명과 비주얼 전략 부문 디자이너 120명이 10개월 동안 회의만 100여차례 했다. 지난해 연말 신세계백화점이 미디어 파사드로 큰 화제를 모으면서 올해는 밀릴 수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후문.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는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본관 미디어 파사드와 점포의 외관을 꾸몄다. 크리스마스 기차가 설경 속을 달려 마법의 성에 도착하는 영상을 송출했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선보인 작년과 달리 하나의 스크린으로 크게 펼쳤고 크기도 1.5배 늘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크리스마스 명소로 자리잡았는데 지난해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역시 1년 가까이 회의를 거듭하며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또한 3월부터 크리스마스 TF를 조직해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에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3300㎡(1000평) 규모의 H빌리지를 조성했다. 13m 높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120여 그루 나무, 6000여 개 조명으로 꾸몄다. 실내에서 크레인 작업이 어려워 조명을 설치하는 데만 3주 넘게 걸렸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방문하자 백화점 측은 식품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인 ‘투홈’을 통해 사전예약을 받아 입장을 관리하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단순히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목적에 그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증샷 재확산 기조를 활용한 마케팅 용도로도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통한 모객 효과가 커져서 업체마다 차별화된 외관을 선보이려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