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1일 09: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형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파트너인 A씨는 최근 가슴이 철렁한 경험을 했다. 국세청으로부터 '해외계좌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이를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으면서다. A씨는 과징금으로만 100억원이 넘는 큰 돈을 물어야할 위기에 놓였었다.
국세청이 겨냥한 건 PEF 파트너들의 '성과보수(Carried interest)'였다. PEF운용사들은 각 연기금 공제회들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매 년 펀드 총액의 1~1.5% 수준의 관리보수와 투자 성과에 대한 보너스 개념의 성과보수를 함께 받는다. 성과보수의 기준은 매년 연복리(내부수익률·IRR) 기준 8%의 넘은 펀드의 경우 차액의 20%를 운용사가 가져가는 '8/20'룰이 일반적이다.
성과보수는 대부분 운용사의 소수 파트너들이 나눠 갖는다. 국내에서도 PEF가 단행하는 거래 규모가 조(兆)단위에 달할 정도로 커지면서 성과보수로만 당장 은퇴해도 될 정도의 목돈을 얻어 거부가 되는 사례도 목격된다. OB맥주를 AB인베브에 매각한 KKR과 어피너티 파트너들도 수백억에 달하는 성과보수를 수령했다. 특히 글로벌 PEF들의 파트너들은 국내 거래에서 '잭팟'을 거뒀을 때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거둔 성과보수도 일부 수령하다보니 막대한 현금을 쥘 수 있다.
국세청은 글로벌PEF들이 분배받을 파트너별 성과 보수 몫을 기재해 놓은 장부를 케이먼제도 등 조세회피처 등에서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각 성과보수가 아직 분배되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각 파트너들의 몫이 정해진 '해외 계좌'로 해석해 과태료 처분을 검토해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계좌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는 건별 부과가 아닌 해당 계좌에 있는 잔액에 20%에 달할정도로 막대하다. 최대 5년간 미신고액이 누적돼 과태료로 부과된다. A씨를 포함한 일부 파트너의 경우 계좌가 아닌 장부인 점을 소명해 과태료 처분을 피했지만 업계에선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였다. 약 30명의 육박한 파트너들이 과태료 통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세무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무리한 논리를 꺼냈다보니 과태료처분이 확정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로펌 내 세무담당 변호사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와 파트너가 운용사와 계약조건을 충족했을 때 수령할 수 있는 성과보수를 같은 것으로 본 건 명백히 무리한 조치"라며 "조세심판까지 가면 백지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국세청도 소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