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초기 긴급 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이송이 혼재돼 '이송 우선순위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해온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작 본인은 이태원 참사 당일 '닥터 카'를 불러 현장으로 이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닥터 카는 의료진이 구급 현장으로 긴급 출동할 때 타는 차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재난의료지원팀(DMAT·디맷) 출동 요청 시간·출동 시간'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현장에 투입된 14개 병원의 15개 재난의료지원팀 중 명지병원은 참사 이튿날 0시51분에 경기 일산에서 출발해 54분 만인 오전 1시4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명지병원에서 이태원역까지 거리는 약 25㎞다.
참사 당일 명지병원 닥터카는 내비게이션 추천 최단거리보다 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은 최단거리인 강변북로에서 신용산역 방면이 아닌 중간에 서울 마포구 염리동을 들렀는데 신 의원이 염리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병원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지난 10월30일 페이스북에 "재난의료지원팀원으로서 현장에 나갔다", "명지병원 닥터카로 현장에 새벽 1시40분쯤 도착했다"고 쓴 바 있다. 신 의원은 현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위원도 맡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 의원으로 인한 디맷 출동 지연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최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신 의원은 그야말로 닥터카를 콜택시쯤으로 생각한 것인가. 직권남용은 범죄"라며 "스러져간 꽃다운 생명 앞에 자기 정치 생색내기에만 몰두한 신 의원은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서 과연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통해 "명지병원과 같은 고양시에 위치한 화전119안전센터 구급차의 경우 참사 현장과 19㎞ 거리에 있었지만 48분이 소요됐고, 명지병원은 그 보다 더 먼 거리인 25㎞에 있었고 소요시간이 54분이었다"며 "경기지역 7개 병원에 디맷을 요청했고, 명지병원은 4번째로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의료 훈련을 받고, 여러 재난 현장을 경험하면서 국가가 어떤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혹시라도 저로 인해 국정조사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자 20일 입장문을 통해 "저로 인해 10.29 이태원 국정조사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본질이 흐려지고 정쟁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다.
앞서 신 의원은 소방청 자료를 근거로 이태원 참사 초기 환자이송 원칙에 문제가 있었다며 "참사 현장에서 1시간 넘게 맥박이 뛰는 상태로 버텼던 환자를 이송하지 않았다는 유가족의 증언이 있었던 만큼 그날의 상황을 철저히 재구성하고 되돌아보는 것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