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까지 최악의 구인난을 겪던 인력 시장이 연말을 맞아 반전을 보이고 있다. 경기 악화로 인해 알바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면서 '구인난'이 '구직난'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인기를 끌던 '배달' 알바는 구인공고가 7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구인·구직전문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전체 알바 '공고량'이 22.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12.1% 감소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대로 11월 전체 알바 '지원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2%나 늘어났다. 10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48.3%나 증가한 바 있다. 알바 지원량은 올해 2월 전년 동월 대비 3.6% 늘어나면서 증가로 전환한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알바 천국 측은 "엔데믹 전환과 함께 알바 지원량이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침체된 사회 분위기가 회복되면서 청년층을 위주로 소비·지출이 커지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젊은 층의 유입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별로 분석해 본 결과,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공고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일자리는 '배달'로 무려 70.1%가 감소했다. 이에 비해 전년 동월 대비 지원량은 5.9%가 늘어났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투잡으로 배달 알바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늘고 있지만, 정작 배달 알바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월드컵이나 이상 기후 등 특이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배달 알바의 부족을 별로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바 천국 측은 "지원량이 충분하다 보니 별도의 일자리 공고 없이도 인력 수급이 충분히 확보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업종별 알바 공고수 및 지원량(자료=알바천국)
가장 보편적인 알바 자리로 여겨지는 편의점 알바는 공고 수 자체가 29.8%나 줄어든 반면, 지원량은 42.2%나 늘었다. 일반 음식점도 공고 수가 19.9% 감소했지만, 지원량은 44.3%나 늘었고, 치킨·피자 전문점도 공고 수가 19.1% 줄었지만, 알바 지원량은 49.3%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배달 다음으로 가장 많이 줄어든 알바 공고는 '골프캐디'로 58.7%가 줄어들었다. 수요의 감소는 예전과 같은 골프 광풍이 잠잠해진 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알바 지원량 역시 -72.7%를 기록했다. 다른 알바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고 인력 시장의 외부 유입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에도 공고수는 52.4%나 줄어들었지만 지원량 역시 7.8%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업계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현상이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알바천국 측은 "배달의 경우 1/3 토막이 났고, 커피전문점·일반음식점·편의점 등 주요 알바 업직종도 공고는 줄고 지원량은 늘어났다"며 "그렇다고 해도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많은 양의 알바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예정인만큼 그간 문제가 돼온 구인구직 미스매칭은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