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경기 판교에 신세계 서울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같은 초대형 점포를 낸다고 했을 때 백화점업계에선 “현대가 실수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2015년 개장 당시까지만 해도 연면적 9만3000㎡ 규모(서울 제외한 수도권 최대)의 백화점이 비(非)서울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없었다. 모두가 ‘패착’이라고 했던 판교점이 현대백화점의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2023년 연 매출(거래액) 2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19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의 ‘연 매출 2조원 달성’ 목표를 기존 2024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잠실점(월드몰 매출 포함)이 올 연말 기준으로 ‘2조 백화점’ 대열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화점 3사가 모두 초대형 백화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2018년 거래액 2조원을 돌파한 신세계 강남점은 현재까지도 부동의 1위다.
업계에선 백화점 후발 주자인 현대백화점의 저력에 주목하고 있다. 판교점만 해도 올해 10월 에르메스(사진)가 경기권 최초로 입점했다. 매장 ‘간택’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에르메스가 국내에 매장을 낸 것은 2014년 잠실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이후 8년 만이다.
판교 신흥 부자들의 구매력이 입소문 나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입점 대기 중이다. 20일과 22일에는 하이엔드 보석 브랜드 프레드와 반클리프앤아펠 매장이 문을 연다. 내년에는 그라프, 글라슈테 오리지날, 디올·구찌·루이비통 남성 브랜드가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근접 상권의 다른 백화점보다 쇼핑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2018~2021년 4년 내내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지역 인기 관광지 1위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은 쇼핑 상권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던 여의도에도 ‘더현대서울’이란 파격적인 공간을 선보여 경쟁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신세계는 현대백화점에 자극받아 여의도에 백화점 부지를 물색 중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임직원의 이동이 거의 없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매우 높은 조직”이라며 “특유의 뚝심으로 글로벌 브랜드와의 관계를 오랫동안 구축해왔고, 최근엔 정지선 회장 중심으로 다양한 혁신적인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현대백화점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할 주식”이라고 평하는 이유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