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주택 거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도 2011년 6월 이후 10개월 연속으로 하락했습니다. 서울 뉴타운 사업 조정,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수도권 신규 주택의 청약경쟁률도 부진하고 미분양도 적지 않았습니다. 올해와 시장 상황이 비슷하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반값 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 주택 공급 등으로 부동산 시장가 침체하고 미분양이 지속됐습니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이 과열과 침체의 냉·온탕 사이클을 오갈 때 정부도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놓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정책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2012년 5월 정부는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지원방안(5·10 부동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먼저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했습니다.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담보대출비율)를 40%에서 50%로 확대되고, 3주택자 양도세 가산 세율 10% 적용도 없앴습니다. 현재 서울과 경기 광명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만 현재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묶여 있습니다. 투기지역은 투기과열지구의 각종 규제(금융 세제 청약 전매제한) 중 금융 규제만 적용받습니다. 내년 초 정부가 규제지역을 추가로 완화한다면 서울 강북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12년에 강남 3구에 대한 주택거래신고지역도 풀렸습니다. 아파트 계약 후 신고 의무 기간이 15일 내에서 60일 내로 완화됐습니다. 임대사업용 주택 취득세 면제·감면, 주택구입자금증명 미적용 등이 특징입니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보유 요건이 3년에서 2년으로 완화됐고, 일시적 2주택자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됐습니다. 단기에 파는 아파트 양도세 중과세도 1년 미만은 50%에서 40%로, 1~2년은 40%에서 일반세율(6~38%)로 적용하는 등 완화됐습니다.-분양권 전매제한기간도 일반 공공택지(85㎡ 이하)(85㎡ 이하)는 3년에서 1년으로, 그린벨트 공공택지(85㎡ 이하)는 2~3년 완화됐습니다.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도 투기과열지구에서 폐지됐습니다.
그해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8·13 대책)'이 금융위원회 주도로 나왔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총 3조원 규모(당초 1조7000억원)의 건설사 P(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를 9월부터 순차적으로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는 기존에 지원받은 실적이 있는 건설사도 P-CBO에 편입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건설공사 브릿지론 보증을 8월부터 재시행하며 패스트트랙 1년간 연장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건설사에 대한 보증 비율을 40%에서 65%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는 아울러 대주단협약도 1년간 연장하되, 일정 요건 하에 채권행사 유예기간(최장 3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협약 적용이 만료된 건설사의 재적용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PF 대주단과 건설사 채권단 간의 분쟁 방지를 위한 이해조정 장치를 마련하고 PF 정상화 뱅크를 통해 우선 1조원을 매입하는 등 총 2조원 규모의 부실 PF 채권을 매입해 부실 PF 사업장 정상화를 도모하는 한편 은행 자체적인 PF 사업장 정상화도 병행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이 같은 지원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미분양과 PF 대출 리스크 증가로 부실화된 건설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앞서 2010년 7월 채권은행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198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해 65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했습니다. 이 중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건설사는 16개 업체였습니다. 당시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중앙건설, 한일건설, 청구, 한라주택, 성우종합건설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금광건업, 금광기업, 남진건설, 진성토건, 풍성주택, 대선건설, 성지건설 등은 자력 경영정상화 또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건설사이 올들어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해도 30% 가까이 뛰어 공사하면 손실이 쌓이는 구조라는 얘기까지 들립니다. 지난 10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5만가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미분양이 누적되면 건설사가 외상공사를 해서라도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건설사가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분양을 공공기관이 매입하거나 PF 정상화 뱅크를 만들어 정상적인 개발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해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9·10 부동산 대책)'도 발표됐습니다. 2012년 말까지 주택거래에 대한 취득세를 감면해줬습니다. 구체적으로 9억 이하 1주택자는 4%→1%로, 9억 초과~12억 이하 다주택자는 4%에서 2%로, 12억 초과 주택자는 4%에서 3%로 각각 인하했습니다. 또 연말까지 9억원 이하 미분양주택 취득 후 5년 이내 양도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 100% 감면 조치도 취했습니다.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습니다.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수입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하고 PF 부실과 미분양 리스크를 해소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