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건강보험 기금화는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수입과 지출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고 재정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화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강보험을 기금화할 경우 건강보험 지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학적 전문성이 반영될 가능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에 제약이 있다"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수입 규모가 80조5000억원, 지출 규모가 77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회보험 제도이지만 기금이 아니기 때문에 수입 및 지출 규모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때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다. 대신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가 매년 보험료율 및 지출 결정을 내린다. 이에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국회가 견제할 수 있도록 기금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조 장관은 "건강보험 지출을 효율화하고 운영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기금화가 건강보험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국회에 자주 보고하고, 국민에게 건강보험의 재정 전망을 포함한 주요 사안을 주기적으로 알리는 방식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8일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보장성 강화정책 '문재인 케어'를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조 장관은 "지난번 발표한 대책만으로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건강보험의 지불 제도 다변화, 수가제도 개편, 수입·지출 관리 방안 개편 등을 포함해 구조적인 개혁 방안을 내년에 발표할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수입의 약 20% 상당을 보험료가 아닌 재정으로 지원하도록 한 국고지원 관련 법률이 일몰 규정으로 인해 올해 종료되는 것과 관련해선 조 장관은 "우선은 일몰규정의 추가적인 5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일몰제의 폐지는 건강보험 구조개혁과 병행해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대책 및 구조개혁 방안 마련이 함께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방안이 나오기 전에 국고지원과 관련한 제도 변화를 추가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에 7.09%인) 건강보험료율의 법정 상한선이 8%인데 머지 않은 시간 내에 실제 보험료율이 상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고지원은 건강보험 개혁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