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가 지하철 노약자 무임수송 손실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내년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지하철 요금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지하철 요금 인상 계획에 대해 "지하철 적자 폭이 너무 커졌다.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다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교통공사가 연 1조원 정도의 적자를 보는데 그중에서 무임수송에서 생기는 적자가 상당하다"며 "예년처럼 올해도 전방위적으로 기획재정부와 양당 쪽에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움이 없으면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더는 '교통은 복지다'하는 차원에서 연 1조원의 적자를 매년 감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기본운임은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인상된 후 8년째 동결 상태다. 인구 고령화로 매년 무임수송 인원이 늘면서 1인당 평균 운임이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인당 운임손실은 2019년 494원에서 작년 1015원으로 급증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승객 운송 수입이 줄면서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당기 순손실은 2019년 5865억원에서 2020년 1조1137억원, 작년에 964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적자에서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9%(2784억원)다.
서울시는 무임수송이 1984년 당시 정부 방침에 따라 도시철도에 교통약자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만큼 정부가 손실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간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에 근거해 코레일에만 무임수송 손실 보전 비용을 지원했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내년 해당 예산에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손실 보전분까지 추가로 반영해 총 7564억원을 의결했다. 다만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어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회에서는 2017년 3월 법정 무임승차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폐기됐고 2020년 11월 다시 발의돼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