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창업자 겸 대표가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맡기지 않고) 직접 보관하는 사람 중 99%는 결국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의 암호화폐를 무단으로 유용·횡령한 FTX 사태 이후 개인이 자신의 암호화폐를 직접 보관하는 ‘셀프 커스터디’를 강조해오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특히 자오창펑의 이번 발언은 최근 바이낸스에서도 대규모 자산 인출 사태가 빚어진 직후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자오창펑은 지난 14일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암호화폐를 개인 지갑에 직접 보관하는 것 역시 위험이 있다”며 “코인을 직접 보관하는 사람들은 중앙화된 거래소에 예치하는 사람들에 비해 코인을 유실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개인 암호키를 백업해두지 못한다”며 “암호키를 잃어버리거나, 제대로 암호화하지 못한 채 유출했다가 코인을 도둑맞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상속·증여 등을 위해서도 바이낸스 같은 관리인을 두는 게 더 용이한 방법”이라고 했다.
자오창펑의 이번 발언은 “셀프 커스터디는 기본 인권”이라며 개인 지갑을 이용할 것을 수년간 독려해온 그의 입장과 상반된다. 자오창펑은 지난달 FTX 파산 직후에도 “키를 직접 소유해야 당신의 코인이다(Your keys, your coins)”라며 암호화폐를 직접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에는 암호화폐를 직접 보관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바이낸스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자오창펑이 평소 소신과 달리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맡기라고 추천하고 나선 데는 최근 대규모 인출 사태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낸스는 최근 준비금 부족 의혹, 미국 법무부의 형사고발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이틀 만에 총자산의 6%가 빠져나가는 사태를 겪었다. 24시간 동안 바이낸스USD(BUSD)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바이낸스에서 빠져나간 코인은 모두 22억달러에 달했다.
자오창펑은 “이용자가 언제든 바이낸스에 예치한 자금 100%를 빼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