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납입 능력을 초과해 주문을 넣는 ‘허수성 청약’을 하면 주관사가 해당 기관에 수요예측 참여 제한 등 페널티를 부여한다.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사전 수요조사를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8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허수성 청약 방지 등 기업공개(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공모주 수요예측 과정에서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허수성 청약을 남발해왔다. 올초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서 순자산 1억원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전체 기관에 배정된 물량인 9조5625억원어치를 주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올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힌 성일하이텍에서도 ‘묻지마 베팅’이 활개를 쳤다. 이런 허수성 청약은 수요예측의 주요 목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떨어뜨리고 공모가를 높여 결과적으로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본지 2월 14일자 A1, 5면 참조
금융위는 허수성 청약을 해소하기 위해 주관사(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관사가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수요예측 참여 기관의 주금 납입 능력을 확인한 뒤 배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허수성 청약을 넣은 기관엔 주관사가 배정물량 축소, 수요예측 참여 제한 등 페널티를 부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주관사엔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업무정지 등 제재를 강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기자본이나 총자산 대비 일정 비율까지만 주문할 수 있도록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일률적으로 기준을 지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주관사의 투자은행(IB)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수요예측 이후 이틀 만에 공모가를 산정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기관의 납입 능력을 점검하기 어렵다고 토로해왔다. 이에 금융위는 관행적으로 이틀간 진행하던 기관 수요예측 기간을 7일 내외로 연장하기로 했다.
수요예측의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 사전 수요조사도 허용한다. 주관사가 예상수요를 반영해 공모가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모주 주가 급등락 문제도 개선한다. 상장일 가격 변동폭을 63~260%에서 60~400%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공모가의 90~200% 수준에서 시초가를 결정하고 장중 ±30% 범위 내에서 주가가 변동했다. 앞으로는 시초가부터 당일 종가까지 장중 가격은 공모가의 60~400% 내에서 움직이게 된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제도 개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방안으로 적정 공모가가 산정되고 실제 수요와 납입 능력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