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서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익이 늘어나면서 예년보다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졌고,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점포·인력 축소 등이 겹친 영향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 등을 공지했다. 관리자, 책임자, 행원급에서 각 1974년,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가 신청할 수 있다. 특별퇴직금은 1967년생이 24개월 치, 나머지는 36개월 치 월평균 임금으로 책정됐다.
이 밖에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등도 지원된다. 우리은행은 19일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내년 1월 말까지 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달 18일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해 다음 주 최종 퇴직자 공지를 앞두고 있다.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에서는 만 40세(1982년생)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희망 퇴직금으로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20∼39개월 치가 지급된다. 최종 퇴직자 규모는 약 500여명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도 최대 37개월 치 급여를 조건으로 15년 이상 근무자로부터 지난달 18∼22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재 퇴직 대상자 확정 절차를 진행 중으로 최종 대상자는 100명 미만이 될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희망퇴직 공고가 나지 않았는데, 예년 일정으로 미뤄 대부분 연내 신청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에서 500명의 희망 퇴직자가 확정되면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약 2400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된다. 이미 앞서 KB국민은행의 674명, 신한은행의 250여 명이 1월에 짐을 쌌고 하나은행에서도 상반기 478명, 하반기 43명 등 521명이 희망 퇴직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연초 희망퇴직자 역시 415명에 이른다.
은행권 전체 희망퇴직자도 최소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의 경우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씨티은행에서 2100명이 대거 특별퇴직하면서 전체 희망퇴직자 수가 5000명을 훌쩍 넘었다.
희망퇴직이 늘어나는 이유는 은행이 벌어들인 수익이 커지면서 예년보다 조건이 좋아져서다. 은행별로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 퇴직하면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4억∼5억원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 은행 입장에서도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희망퇴직 조건을 개선해서라도 인력 과잉 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과거보다 희망퇴직에 대한 직원들의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