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에서 범죄로 얻은 수익을 숨기는 데 조력한 혐의를 받는 김씨 측근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이들이 김씨 지시로 260억 상당을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와 이들 사이의 돈거래와 재산 은닉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이사 최우향씨(쌍방울그룹 전 부회장)와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김씨 지시로 대장동 개발 수익을 수표로 인출해 숨겨 보관하거나 허위 회계처리를 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260억원 상당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범행한 시기는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에 착수한 뒤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징 보전이나 압류 등을 피하려고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수감 중이던 김씨의 지시를 받아 화천대유 자금 수십억원으로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땅을 김씨 명의와 차명으로 산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명의로 사들인 땅은 농지 1342㎡(약 405평)와 590㎡(약 178평)로, 지난해 6월 매입대금 14억6000만원을 수표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 측이 차명으로 입북동 인근의 다른 땅도 사들여 재산을 숨긴 것으로 본다. 또 이들은 대장동 개발 배당금을 소액권 수표로 나눠 인출하는 이른바 ‘쪼개기’ 수법을 동원, 불상의 장소에 보관해 온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씨 측은 배임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김씨 기소 이후 화천대유의 법인 계좌를 가압류하겠다고 통보해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운영자금을 수표로 뽑아놓은 것뿐일 뿐 재산 은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김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검찰은 김씨와 이들 사이의 돈거래와 재산 은닉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이었다. 성균관대 동문인 김씨의 부탁으로 2018년 화천대유에 합류한 뒤 김씨 통장이나 인감을 관리하며 그의 지시에 따라 자금 인출 등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과거 목포 지역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인물로,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씨와는 2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작년 10월 15일 김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 앞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등장해 짐을 들어주기도 했다. 화천대유의 살림살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배씨는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는데 이들 측근의 체포에 정신적으로 충격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측근의 구속과 검찰의 재산 추적으로 김씨에 대한 압박 강도가 더욱 높아지게 됐다.
김씨와 함께 '대장동 일당'으로 묶이는 민간사업자 남욱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 대표 측에 대한 금전 제공, 대장동 수익 공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김씨는 이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